할아버지 밥상

by 유녕

밥이 질다

손이 그새 컸나

망했다

한 소리 듣겠구나


좋아하시는 무장아찌와

오이지를 상에 올린다


"오늘은 밥이 질다"


손녀의 밥상을

말없이

다 비우신다


어제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조심스럽게

물을 잰다


밥이 되다

하루 새 감을 잃었다

망했다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알찬 동태국과

시래기 무침을

올린다


"오늘은 밥이 되다"


꿋꿋이

손녀의 밥상을

조용히 비우신다


아직도

놀이처럼

밥 하는 게 즐겁다


양반다리를 하고

한 술 뜨시던

당신이

식사 때마다

이렇게

생생하다


복 받은 난

천운의 손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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