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하루

by 유녕

자작 나무 사이로 날선 햇빛이

아직 겨울이라 항변해야 하는

비 내리는 일요일


실수였다. 퇴근 후 와인 한 잔은

예상과 달리 축난 몸에

속절없이 중력을 배가하고


덜컹덜컹 고향 가는 기차 안

섬섬옥수 할머니들의 간간한 불어

아이를 달래는 젊은 부부

이들 사이에 불안하게 낀

피로가 동석중이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

1A석에서 숲으로

한 칸의 차에서 돌연 우주로

사유의 날들을 무색케 하는 명상은

없는 시간 사이사이를 진동하나


축축한 신발

이 사이에 낀 땅콩은

무력히 의식을 비틀어 버린다


풀섶, 비를 쫓는 참새들의

잔망스러운 움직임만이

진짜인 하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먼저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