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달 나의 해

by 유녕

일요일 자정

말똥한 정신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야속한 빨래도 돌리고

아쉬운 대걸레질 후

꾸중물을 보며 기겁한다


밀린 그릇을 부시고

도시락을 쌀 차례


얼떨결에 남은 반찬을 찾아

한 수고를 던다

김치볶음밥에 계란후라이까지

깨 톡톡

참기름 솔솔


여기까진 감동이겠만

싫다는 고수를 넣어 요리했으니

도시락 함정이다


폭설이 내리는 새벽 세 시

반바지 차림에 삽을 들고

눈을 푸고 돌아왔다


출근 길에 마음 따뜻해질

널 위해

도시락 폭탄을 맛볼

널 위해


한 밤중인 날 위해

까치발을 들다

조심성 없는 알람을 잊고

아침을 먹을 너에게

살며시 입맞추고 나면


깨어 있기 위한

나의 사투가

침묵 속에서 시작된다


아침에 출근하는 평범한 너와

저녁에 출근하는 덜 평범한 나


그래서 보고 싶은

나의 사랑


나는 너의 달

너는 나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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