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볕에 속아
밖에 나갔다가
바람에 호되게 맞아
달아오른 두 볼에도
늘어진 태비 고양이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밥솥에 삭히는 감주 냄새가
부엌을 감돌고
귀 빠졌다고 끓여준 미역국,
유령처럼 겉도는
들기름까지
난시로 인한 환각인지
감기로 인한 섬망인지
문지방을 넘다가
여기가 외가였는지
달세로 살던 자칫방인지
눈을 감았다 떴다
부비적, 부비적
유독 파란
3월 하늘이
한 바퀴 돌고 돌아
혹시라도 잊을까 봐
타국도 마다않고
집으로 찾아왔다
군기반장 이모가 없는 날,
요조숙녀가 기겁할
츄리닝 바지를 접어 입고
실내화를 짝짝이로 끌며
아이스크림을 양손으로 돌려 먹던
주머니 가득한 여유를 꺼내
대자로 누워
마루에서 보던 하늘과
오늘의 색감이
유독 닮아 있다
우리 집에도
외가가 들어찬 걸
이제사
맡게 됐다
생시라면
더 좋을 꿈을
깨기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