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입력중

by 유녕

새벽같은 명도로

초저녁을 감추는

으레 그런 날이다


급행하는 바람과

떠밀리는 구름이

장 보러 나온

우리 같구나


정처 없이 헤매는 시선이

앞집 마당에 주차된

세 대의 차를 봤다


그들의 부엌에서 뿜는

이야기 냄새에

아직 해독 중인 내 숙취가

쓰레기차보다 다급하다


뿐이랴


당신의 거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에

산란하는 공기가 바빠

근방의 눈도

다 녹일 기세다


심지어 저 집 전깃줄에는

찌르레기 군단이

다닥다닥 붙어

아슬해 보이는 탄성까지

걱정해줘야 할 판


오늘따라

비어 있는 우리 집이

서슬퍼렇다


쓴 절약 대신

안위를 택한 날

온도를 올릴 대로 올렸는데도

그런데도

입김이

멈추질 않아


술이 과했었다


들어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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