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출구

남은 자리

by 유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오래 사신 어머니 집이다


실감 나지 않아

연거푸

곡을 해도


괜히

불어난 강만

따라가 본다


옥수수 알만한 버튼을 눌러가며

전화도 해지하고


줄줄이 발자국 같은

당신의 고지서를 찢고 나니


수화기 너머

당신의 부재가

알알이

새어나온다


애초에 일찍 정리하고

가려 했던 계획은


차곡차곡 개어놓은 옷가지와

윤이 나는 제수용품

설 때 사드린 다소곳한 새신


하루 더 엄마랑

자야지


‘아니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는데,

혹시나 하고…’


한 분은 귤 꾸러미를

한 분은 군불에 구운 밤을

한 분은 저번에 꾼 밥 한 공기를

쥐어주셨다


우리 엄마는

챙겨주는 사람이

돌아가셔도 많네


내가 올 줄 몰랐을

무장아찌, 김치, 조개젓을 꺼내

흰 밥을 올린 상차림


이제 다 차려놨는데

앉으시면 되는데


부정 타니 그치고

밥 먹어,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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