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스테이 양양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구와 리빙 제품을 구매할 때 오프라인스토어를 방문한다.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느껴보고 경험함으로써 구매결정요소를 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는 일시적인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유롭지 못한 공간, 제한적인 공간에서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경험에 의존한다.
무브먼트랩은 ‘가치 있는 리빙 제품을 진심으로 소개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나의 공간 안에서 오랫동안 소중히 여기며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큐레이션 하고, 이 제품들을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 시즌 전시‘를 통하여 브랜드와 제품의 새로운 면을 소개하고 있으며, 나만의 반려 가구와 리빙제품을 보다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 클럽 무브먼트 멤버십‘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 세컨드마켓‘을 통해 완전히 새것이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함께할 수 있는 가구들의 가치를소개하고 있다.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데 이게 맞는 걸까? 사람들이 조금 더 오랫동안, 제한 없이 가구를 경험하게 할 수는 없을까? 무브먼트랩은 긴 고민 끝에 직접 스테이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무브먼트스테이’는 그렇게 시작됐다. ‘머무르다’라는 의미를 뜻하는 ‘스테이’는 경험의 가치를 살린 숙박시설이다. ‘스테이‘는 규모나 객실의 크기와 무관하게 주변의 지리, 문화적인 특성을 담아 기존의 숙박시설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공간을 제안한다. 무브먼트스테이는 단순히 여행에서 잠을 자는 곳을 넘어, 새로운 리빙스타일을 삶 속 하루라는 단위의 온전한 시간 동안 경험하도록 제안하는 무브먼트랩의 새로운 공간 편집 서비스 공간이다.
그 첫 번째 스테이 ‘무브먼트스테이 양양’은 작은 소품부터 침대, 소파까지 무브먼트랩의 큐레이션으로 채운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낼 공간으로 오프라인스토어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와 리빙 제품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경험관’이자 말 그대로 ‘스테이’인 셈이다.
바다를 가르는 서퍼들과 뜨거운 햇살, 부서지는 파도의 해변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강원도 양양. 그와 대비되어 호젓한 소나무숲 사이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 한적한 쉼을 위한 집이 그려진다. 하루 중 가장 밝고 따듯한 시간인 오후 12시.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햇살에도 우리는 한낮의 열기를 에너지 삼아 활동적으로 움직인다. 일을 하고,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며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에 들뜨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이때 가지는 쉼은 사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브먼트스테이는 이 시간이야 말로 진정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솔잎이 강렬한 오후 볕을 머금고 그늘을 만들고 있는 숲을 지붕 삼아 걸으면, 그 상쾌함은 더할 나위 없다. 차가운 이슬이 내리는 아침보다도, 어슴푸레 저무는 저녁보다도 푸른 소나무숲을 마주하고 있는 스테이에서의 진정한 휴식은 해가 머리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이 되었을 때 빛을 발한다. 바로 양양에서 말이다.
무브먼트 스테이는 크게 두 가지로 휴식을 구분했다. ‘멈추어 쉬는 분류’와 ‘움직이며 쉼을 얻는 분류’. 이를 모티브로 구분하여 공간에 구현해 두 가지 객실로 구성했다. 낮잠을 자거나 창밖을 보며 정적인 쉼의 시간에 충전이 되는 정적(靜寂) 컨셉 객실 - 섬 (ㅅㅓㅁ / PAUSE). 산책을 하거나 대화를 통해 동적인 쉼의 시간에 에너지를 얻는 동적(動的) 컨셉 객실 - 감 (ㄱㅏㅁ / PLAY). 객실 ㅅㅓㅁ은 객실 ㄱㅏㅁ 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숙소 내부에 자쿠지가 마련되어 있다. 따듯한 자쿠지의 안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온전한 쉼을 느껴볼 수 있는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객실 ㄱㅏㅁ은 강원도 양양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원한 바다의 파도 물결을 천장에 담아냈다. 온전한 쉼을 느낄 수 있도록 어느 공간에서나 소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무브먼트스테이’가 나오기까지 무브먼트랩’과 모든 과정을 함께한 호텔에 진신임 ‘호텔체크인’ 작가님을 통해 정말 좋은 기회로 투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이 태어나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시간들을 간접적으로 지켜봤기에 이 공간을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감정은 벅차오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잊을 수 없는 감정이었던 건 분명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직접 스테이를 경험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일 년에 적어도 2번 이상 여름과 겨울에 강원도 양양을 방문한다. 항상 마감에 마감을 쫓기며 작업을 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양양은 도시에서 벗어나 그 어떤 것에서 단절된 하루. 오로지 ‘쉼’을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여기에 생긴 ‘무브먼트스테이 양양’은 ‘쉼’을 집중할 수 있는 2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가끔은 멈춰 서야 할 때가 있고, 또 다른 영감을 받으며 재충전을 할 때도 있다. 나에게 필요한 시점에 맞춰 객석을 선택할 수 있었고 이번엔 새로운 영감을 얻고자 ㄱㅏㅁ 객실을 선택했다.
객실 앞에 다가가면 정체불명의 직육면체 박스?! 가 세워져 있다. 우체통처럼도 보이는 이 박스를 열면 객실 열쇠와 무언가 가득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웰컴키트가 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은 설렘이 밀려왔고, 그 안에 정성스러운 손 편지는 가슴에 감동으로 물들었다. 객실키와 웰컴키트를 품으려 객실로 들어간다. 객실 입구는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자갈 소리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예쁜 조경은 벌써 마음이 차분해진다. 객실 문을 열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기분 좋아지는 촉각에 청각까지 자극한다. 기대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각 객실의 분위기에 맞게 음악을 큐레이션 했다고 한다. 디테일이 어디까지 닿은 걸까.
객실 안으로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하얗고 밝은 인테리어다. 일렬로 쭉 뻗은 이 객실의 바로 앞 반투명 선반이 시선을 차단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하나씩 보여주겠다는 의도만큼은 선명하게 보인다. 각종 오브제가 올려져 있는 반투명 선반 뒤로 객실의 모습을 사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사람의 시선은 정면으로 보는 것보다 사선으로 바라봤을 때 공간을 더 넓게 인지한다. 그렇게 이 객실은 더 넓어 보이고 더 다채로워 보인다. 객실 끝에 위치한 창 너머로 소나무 숲이 보이며 침대방향은 하루종일 소나무숲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대놓고 멍 때리라고 하는 것처럼.
베드공간은 바닥에 단을 주어 살짝 층을 올려 마치 마루에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치 집에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바스락 거리는 침구 안으로 몸을 집어넣고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맞닿아 천장을 보면 이 객실의 가장 큰 특징을 볼 수 있다. 곡선으로 처리가 되어 있는 천장은 출입문에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층고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렇기에 공간감이 극대화가 되고 공간은 더 넓어진다. 그리고 침대 속에서 하늘의 움직임을 느껴볼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
객실 밖에는 ‘라운지’ 공간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잭슨카멜레온 소파. 그리고 대칭적으로 서 있는 스피커. 블루투스를 연결해 스피커를 켜고 소파에 앉아 음악에 취했다. 정말이지 황홀하다. 이 공간은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는 사색을 즐기는 독서공간, 담소를 나누는 공간, 그리고 음악에 젖는 청음실처럼.
소파 뒤로 미니멀한 북밭이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안쪽을 살펴보면 샴페인잔부터 와인잔. 싱크대 그리고 오븐까지 모든 것이 빌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루 동안 객실을 경험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공간은 ‘라운지’ 공간이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에 라운지 소파에 앉아 음악을 틀어놓고 감상에 젖는 시간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체크아웃 전까지 이곳에서 듣는 새소리는 유독 크게 들리고 맑다.
찻잔을 비워야 다시 채우는 것처럼
T. 070-5217-2331
입실 15:00, 퇴실 11:00
글, 사진 | yoonzakka
내용 참고 | 무브먼트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