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태리
계획 없이 떠난 대전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주겠다며 차에 태웠다. 그렇게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에 다다랐고, 차가 아니면 이동하기 힘든 하천 길을 따라 깊은 숲 속으로 이동하던 중 한 건물을 발견했다. 산을 등지고 U자형의 형태의 두 개의 건물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저기가 그 공간태리 건물이구나.”
블로그와 사진으로 통해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정작 정면에서 바라본건물은 묵직함이 느껴지는 웅장함보다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 강했다.
콘크리트 벽돌로 둘러싸인 공간태리는 대전 계룡산 수통골 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 카페의 경우 넓은 주차장이 필요하고 그 모습은 대부분 건물 앞으로 취하고 대지를 경계삼아 그 뒤로 건물이 자리한다. 하지만 산과 마을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 이곳은 바로 앞 하천이 지나고 있고 건물 뒤편으로 특이하게 산을 오르는 공공의 산책로가 존재한다. 그 앞 사유지에 올라간 건물은 산책로를 가로막기보다 오히려 산책로를 향해 길을 열어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건물 자체만이 아닌 건물 주변의 외부공간까지 함께 보아야 그 가치가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두 개의 건물은 장소와 맞닿아있는 수통골 계곡의 형상을 건축의 원형(Archetype)으로 빌어오면서 가운데 길 사이로 서로 마주 보며 배치되고 어긋나 있다. 동시에 벽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커브드월(Curved wall)은 벽과 바닥의 구분이 모호해져 땅과 건축의 경계를 흐리는 동시에 산책길로 향하는 흐름을 생성하며 흘러내린 벽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행위를 유발한다.
흘러내린 벽은 내부 공간에서도 연속되어 계단식 공간을 형성해 머무를 수 공간을 만들고 내부와 외부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벽면 한쪽 부분은 원형으로 창이 뚫리고, 계단식 공간에서 정면에도 긴 창이 뚫려 있어 높은 층고에 스포트라이트 밖에 없지만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길 추천한다. 두 개의 층이 수직으로 연결된 2층에서 바라본 1층의 모습은 느슨한 비워진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도심을 넘어 교외까지 카페가 줄지어져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존 카페들은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려 저마다의 취향을 드러내며 공간 경험에 집중한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다양한 메뉴와 다수의 이용자를 위한 공간의 규모와 기능의 배려에 따라 정체성이 드러나는 건축은 상업적인 가치가 달라진다.
카페라는 곳이 비공식적인 공공의 영역이지만 상업적인 기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결국 주변 장소와 맞지 않는 이기적인 건축의 형태를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형태는 때로는 비범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방문자는 이를 통해 공간을 느끼며 기록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되며 재소비된다. 이러한 불특정 다수에 의해 소비되는 공간에 대해 지속가능성과 건축이 가지는 무게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공간태리는 오히려 특정 계층에 편향된 건축 양식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소비되는 건축 경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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