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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Nov 07. 2023

기억이 응축된 공간 Ⅱ

구)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現) 헤레디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재생건축이라고 하면 낭만적인 관점에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하지만 재생건축은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과거로의 회귀, 건물의 재활용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 건축은 국가와 도시, 문화, 역사, 언어 등 각기 다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는 총집합체이자 지역 정체성은 자연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물로 각기 다른 지형과 예술 그리고 문화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새로운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재생건축의 새로운 해석은 이러한 오래된 것들 토대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고 가치가 확장되는 게 아닐까.



2022년 재단법인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은 2년여에 걸친 보수 및 복원 작업을 통해 구)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을 탄생시켰다. 구)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대표적인 수탈 기관이었던 동양 척식 회사의 건물로 지어졌으며, 당시 9개 지역 지점으로 운영되던 동양척식회사는 현재 부산, 목포, 대전 지점 세 건물만 남아있다. 대전 지점은 광복 후에 체신청과 대전 전신 전화국으로 사용되었다가 1984년 민간에 매각되어 상업 시설로 사용되었고, 2004년 9월 근대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되었다.



1922년 12월 완공된 건물은 1932년 세워진 구 충청남도청 본관 건물과 함께 일제 강점기 대전의 대표적 신식건물로 손꼽히며 철근콘크리트와 붉은 벽돌 그리고 경사지붕으로 구성된 2층 규모의 절충주의 서양식 건축양식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건물에 사용된 치장 타일의 색조는 붉은색이며 수직 창 상하부의 양각의 문양은 흰색으로 마감되어 적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져 창문과 더불어 건물의 수직성을 강조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건물 전체에 반복해서 사용되었다. 특히 외벽에 사용된 타일은 당시 건축 재료로 유행하던 마감 재료로 (구) 서울역에 사용된 타일과도 유사하다. 그리고 건립과 같은 시기 건축물은 증축이 함께 이루어졌는데 증축된 부분의 타일 마감은 적벽돌을 치장 벽돌로 사용하여 마감해 원형 부분의 마감과 다소 차이가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건물의 파사드는 기존의 원형이 잘 유지되어 있는데 1950년대 이후 전신전화국으로 사용될 당시의 고증 자료를 토대로 전면의 형태를 복원했다고 한다. 정면 지붕 가운데 장식용 페디먼트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좌우가대칭되어 있다. 처마 선 아래는 수평 돌림띠로 장식된 코니스가 건물 상부에 둘러져 있다. 특히 창틀 상부는 정교한 돋을새김으로 장식한 부조가 인상적이다.


*페디먼트: 근대 건축물의 창문이나 지붕 위의 삼각형 구조물 



수직으로 길게 만들어진 창문 형태는 1층과 2층의 같은 위치에 설치되어 당시의 근대성을 보여준다. 목재와 2mm 두께의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 창문은 석재의 창대석과 상부 회마감의 부조로 장식되어 있고 좌우 측은 외벽치장타일에 90도 각을 갖는 코너 타일로 마감되었다. 창문은 장방형의 수직 창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었는데 외관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건물 진입은 기존 파사드의 현관이 아닌 안쪽으로 들어오는 동선 계획으로 이용객을 자연스럽게 건물 전체를 경험하게 한다. 외부를 돌아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넓은 마당과 함께 본관과 별관의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사이 가공하지 않은 물성이 느껴지는 철판으로 마감된 입구는 문화유산의 공간을 더욱 부각해 보이기도 한다. 



입구를 지나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면 연결통로에 설치된 내부계단을 볼 수 있다. 복원과정에서 바닥에 단차를맞추기 위해 콘크리트바닥과 잡석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원형 계단에 일부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별관 통로보다 본관의 바닥이 높았음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선을 따라 내부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천정 원형의 모습이 잘 유지되어 있는데 몰딩 장식을 따라가다 디테일에 한번 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원형의 모습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 상업시설로 사용되며 기존 천장의 층고를 낮춰 목재로 천장틀을 설치하고 석고 및 텍스로 마감해 원형의 모습이 보존되었다고 한다. 이후 복원 과정에서 1920년대 건축 당시 발간된 신물을 콘크리트 천장에 초배지로 사용해 그 아래 복재 반자틀을 설치하여 회몰탈로 미장하여 마감했다고 한다. 또한 천장 몰딩과 장식들은 현장에서 작업자가 직접 손으로 문양을 떠 복원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HEREDIUM’은 라틴어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의미로 역사적 가치가 숨 쉬는 근대문화유산 속 동시대의 예술적 영감과 감동을 전하는 클래식 공연과 수준 높은 전시를 통해 새로운 미래유산을 만들어가는 비전을 담아냈다. 지나간 100년의 시간이 숨 쉬는 근대건축문화유산 ‘헤레디움’은 이제 대전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지나간 역사의 기록과 문화재 복원을 넘어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시작한다.


현재 헤레디움에서는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 <가을 Herbst> 전시가 진행 중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노래한 가을의 심상에서 영감을 받아 삶에 대해 고민하고 키퍼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기간 | 2023-09-08 - 2024-01-31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내용 참고 | 헤레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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