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에 익숙해지는 것

[무념무상] 그림일기

by yoong

안녕, 한참을 뜸들이던 친구가 힘겹게 입을 뗐다. 눈물이 너무 흘러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고.


네가 생각하는 그 일이 맞아.


그토록 입에 담기 어려워하는 말을 나는, 쉽게도 건넸다. 응, 잘 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추억 많이 쌓아가길. 그렇게 말한 건 진심이다. 우리가 만난 것, 함께 일하고 울고 웃고 떠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그 모든 순간들이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안고서,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온 것뿐.


어떤 길로 가든 함께 쌓은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니까. 서로에게 그만큼의 흔적을 남기고 새 길을 가는 친구. 평생 안 보고 살 사이도 아닌데, 슬퍼할 일은 아니잖아.

뜨거운 안녕, 매번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젠 누군가 작별을 고해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런 다른 이들의 선택이 그 나름의 이유로 설득력 있다는 걸 아니까.


그런데 그 순간, 그런 내 모습이 슬펐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는데. '안녕'에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다.


내가 눈물 많은 사람인 줄 알았다. 사람을 쉽게 믿고, 정 많이 주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늘, 내가 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안녕, 잘 가.


친구가 그토록 꺼내기 힘들어하던 이 말을 내가 알아차리고, 먼저 익숙하게 내뱉을 수 있었으니까.


진심으로 친구의 행복을 빌고, 떠나는 걸음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치도 안 드는 내가 조금 무섭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분명히 기억한다. 평생 '우리 편'일 것 같던 호랑이 선배가 부드러운 얼굴로 "잘 있어라" 했을 땐 눈물이 왈칵 솟았으니까. 평생 못볼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같은 편에서 함께 쌓을 수 있던 특별한 감정들, 그런 걸 더는 함께 만들 수 없을 거란 게 슬프고 아쉬워서.

모든 '안녕'들이 매번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하나 둘 그렇게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새로 맞는 사람도 늘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가 하는 '안녕'과 또다른 '안녕'은 점점 무뎌졌다. 바로 오늘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노력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든 내가 건네는 '안녕'이라는 말이, 무게감 없고 허망한 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남의 의미든 작별의 의미든, 세상에 태어나 스쳐가는 모든 사람과의 '안녕'이란 특별한 거니까. 그 말에 담길 특별함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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