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림일기]
대학 시절에도 어쩐지 늘 걱정하게 되던 친구 H는 대학을 졸업한 뒤 훌쩍 유학을 떠났다.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졸면 어쩌나 걱정이 됐지만, 성실하게 공부해 어느새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 H가 며칠 전 메시지를 보냈다.
할 말이 있어. 우리 얼굴 보자.
뭐 그 정도만 말하면 충분히 알아듣는 나이다. 올 것이 왔군.
약속 날짜를 잡은 뒤, 어쩐지 묘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친한 친구를 남편 될 분에게 빼앗기는 느낌? 아니다. 나보다 감히 먼저 가다니 하는 질투? 그것도 아니다. 섭섭하지도, 부럽지도 않다. 그런데 이건 뭘까?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영 편하진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늘 붙어 다니던 4인방 가운데, 첫 테이프를 끊는 게 H라니. 그 묘한 기분이 어떤 건지는 얼굴을 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얼굴을 보자마자 자동으로 이렇게.... 묻게 되니까.
그냥 말로만 듣자니 뭔가 안심이 안 됐던 거다. 어쩐지 H양 배우자감은 우리 눈으로 확인해야 할 것만 같아서.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평생 피터팬처럼 그 모습 그대로일 것만 같던 친구는, 내가 염려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 있었다. 내가 잘 알던 친구의 세상에는 이제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더 커졌다. 내가 볼 수 없던 곳에서 쑥 자라 어른이 됐다. 그리고 이젠 함께 걸어 갈 사람의 손을 잡고 우리를 만나러 왔다. 잘 맞는 부분은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채워가고, 때로는 감싸 안기도 하면서.
그러니까 이젠 주제넘게 걱정하지 않겠다. 가는 길을 믿고, 응원하고, 힘들 땐 이야길 들어주고. 아마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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