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 괜찮아.

[30+ 그림일기]

by yoong

"괜찮아."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자주 하고, 또 자주 듣는 말.


간단하지만, 'please' 만큼이나 마법 같은 표현이다. 어떤 때에 써도 적당히 어울리고,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이 말 한 마디면 상대에게 들키기 싫은 모습도 적당히 숨길 수 있다. 불편한 상황은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어쩐지 좀 더 어른답게 행동했다는 근거 없는 자부심도 생긴다. 내 '괜찮다'는 말 한 마디로, 주변 사람의 걱정 한 가지 정도는 덜어준 게 아닐까 하고.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닌가 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에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니까.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는 모르겠다. 주변에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내가 "괜찮다"고 대답해야 할 사람도 함께 늘었다. 저 사람은 괜찮다는데, 나만 안 괜찮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자꾸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내게 말하게 된다. "괜찮아."

그런데 정말, 다들 괜찮은 걸까?


그럴 리가 없잖아. 서로 다 안다. 신도 외계인도 아닌, 같은 지구에 발 딛고 숨 쉬는 사람인 이상, 늘 한결같이 괜찮을 순 없다는 거. '괜찮다'는 말은 그냥,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방어선이다. 더 가까이 오면 '안 괜찮은' 내 모습을 보게 될 텐데, 그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그 말을 간단하고 예의 바르게 포장한 것뿐.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포장지를 먼저 두른 건지, 다른 사람이 먼저 두른 건지. 어쨌든 분명한 건, 점점 포장 과잉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안 괜찮아."

별로 멋지지 않게 들려야 할 이 말이 더 반갑고, 더 멋있게 느껴진 건 그래서인가 보다. 포장지 없이 다른 사람 앞에 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아직 포장지 속이 편안한 나는 이제야 따라 해 볼 수 있게 됐다. "진짜? 나도 안 괜찮아."

안 괜찮은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끼리 만날 때보다 좀 더 나눌 수 있는 게 많다. 별로 멋있어 보이진 않겠지만, 그게 뭐 어때서. 혼자보단 둘이 나눌 때 더 많은 게 보인다. 나누다 보면 아마 함께 괜찮아질 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