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그림일기]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응."
어쩐지 괜찮은 척하는 것 같은 대화가 됐다.
하지만 진짠데.
숨기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아무렇지도 않다가 혼자가 됐을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감정들. 억울하게도, 그런 감정이란 사실 혼자선 감당하기가 어려운 종류의 감정이다. 기왕이면 함께일 때 꺼내놓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 땐 죽어라 숨어들어가서 붙잡아 끌어낼 수가 없다.
그러니 마주앉아 있을 때
"괜찮아?"
묻는 건 의미가 없다. 그땐 정말로 괜찮으니까.
혼자 남으면, 다시 안 괜찮아진다. 하지만 그땐 물어봐주지 않으니까. 지금은 안 괜찮아. 그렇지만 또 괜찮아지겠지.
누구 탓도 아니다. 사람에겐 어떻게든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둘일 때, 함께일 때 더 풍성하게 채울 몫이 또 수두룩하다는 사실.
그러니 혼자 커 나가야 하는 시간도 함께 채우는 시간만큼 자신있게,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보겠다. 억지로 고개 돌리며 도망치지 않고 똑바로 들여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