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자카야 앞의 흰 천의 정체

일본 스시식당, 이자카야, 식당 등의 입구에 있는 노렌의 역할

by 유사쪼 yoosazzo

일본여행을 가서 일식 계열의 식당인 와쇼쿠, 이자카야, 야키토리, 스시, 우나기 등의 식당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식당 앞에 사진과 같은 흰 천이 걸려있다. 머리 위까지만 내려오는 짧은 사이즈부터 긴 경우에는 허리 아래까지도 내려온다. 보통 가운데 또는 두, 세 군데가 얼굴 정도에서부터 세로로 갈라져 있어 제치고 들어가기 좋게 해 놓았다. 어떨 때는 거치적거리기도 하지만 뭔가 한 발짝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이 천의 정식 명칭은 노렌(暖簾)이다. 따뜻한(暖) 발(簾)이라는 뜻이다. '발'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는데. 사극에 대왕대비와 임금사이에 드리워진 그물(실제로는 가늘고 긴 대를 줄로 엮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노렌은 처음에는 길이를 길게 해 바깥의 찬공기나 먼지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대형 식당이 아닌 작은 식당은 상호나 심벌을 넣어서 현재 간판처럼 활용했다. 오늘날에 노렌은 일식 관련 식당에서, 식당의 판매 메뉴를 적거나, 여러 가지 이미지를 넣어서 식당의 콘셉트를 나타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여행에서 다양한 노렌을 만나는 것이 재미다.


노렌이 가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영업 중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보통 영업시간에만 걸어놓고, 영업하지 않을 때는 떼놓는다. 즉 노렌이 걸려있지 않으면 지금 또는 오늘 영업 안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일본의 식당들은 노렌을 이용해서 식당의 브랜딩을 하는 곳들이 많다. 재밌는 일러스트라든지, 식당의 로고만 넣는다든지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후쿠오카의 요르고(Yorgo)에서 운영하는 교자노라스베가스라는 식당은 매일 노렌을 바꾼다. 어떨 때는 스타워즈 영화제목을 본뜬 글씨로 상호를 쓰거나 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노렌과 관련된 일본 외식업계의 용어로 노렌와케(暖簾分け)라는 말이 있다. 한 식당에서 오래 근무하던 직원이 독립해 다른 곳에서 가게를 내는데 동일한 노렌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많이 사용한다. 다른 상호를 쓴다면 굳이 허락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멋대로 상호를 사용해 분쟁이 일어나는 노렌와케의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호를 완전히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에도 일본의 미디어들에서는 노렌와케라는 용어를 종종 쓰고 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미슐랭을 획득한 문경환셰프의 스시야쇼타도 수행한 스시카네사카와는 다른 상호지만 노렌와케한 케이스로 미디어에 소개되고 있다.


일본의 식당예약사이트인 타베로그에서 스시야 평가 1위를 하고 있는 도쿄의 니혼바시 카키가라초 스기타(日本橋 蛎殻町 すぎた)라는 식당의 수제자가 독립해 야마토라는 스시야를 오픈했다. 야마토 스시야의 입구에 걸린 노렌의 왼쪽하단에는 すぎたより(스기타로부터)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직접 스기타상이 썼다고 한다. 이 경우 노렌와케는 아니지만 제자와 좋은 관계가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를 보는 손님들이 가게에 대해 느끼는 신뢰는 말할 것도 없다. 롯폰기의 인기 야키토리 식당인 모에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독립한 직원이 오픈한 식당이 몇 주년을 맞았다라는 것을 본인 식당의 손님들에게 홍보해 준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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