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시는 생선을 뜨는 사바키의 한 과정이다.
오늘 얘기는 일식 요리사에게 유용한 얘기지만, 일식을 좋아하고 스시야를 자주 가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그 뜻을 이해하면 좋다. 일식메뉴에서 생선을 빼놓고는 식재료를 얘기할 수 없다. 사시미 모리아와세(모둠회)는 물론 스시야의 거의 대부분의 네타는 생선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접시에 담겨 나오는 사시미, 네타박스에 들어가 있는 사쿠(柵 생선살 덩어리)는 한 마리의 온전한 생선을 처리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사시미나 사쿠를 만드는 과정을 한국어로는 생선을 잡는다, 회 뜬다, 손질한다와 같이 통일되지 않은 애매한 용어를 사용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사바키(捌き)와 오로시(卸し)라는 용어로 통일되어 있다.
사바키(捌き)는 사바쿠(捌く)라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한자 '捌'는 찢을 '팔'이다. 생선을 해체하는 것을 부위별로 찢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반인이 이 정도 알면 꽤 디프하게 아는 거지만, 일식 셰프라면 좀 더 들어가야 한다. 사바키는 미즈아라이(水洗い)와 오로시(卸し)라는 두 과정을 합친 말이다. 순서상으로는 미즈아라이가 먼저고 그다음에 오로시를 한다. 결론적으로 오로시는 사바키에 포함되는 한 과정이다.
미즈아라이(水洗い)는 오로시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먼저 생선의 점액이나 우로코(鱗 ウロコ 비늘)를 벗기고, 두 번째 에라(鰓 아가미)와 나이조(内臓 내장)를 제거하고, 세 번째 대가리나 카마(かま 아가미 아래의 가슴지느러미가 있는 부분)를 오토시(落とし 잘라 떼어냄. 요리에 따라서는 붙여놓기도 함)하고, 마지막으로 치아이(血合いち 혈합)라고 하는 부위의 피를 제거하고, 전체적으로 생선을 물에 씻는다. 여기까지를 미즈아라이(水미즈 물, 洗い아라이 씻는 것)라고 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즈아라이가 끝난 생선은 물기를 제거하고 오로시 작업으로 들어간다. 오로시는 일본어로 卸し, 下ろし로 표현되는데 한자를 차용한 거라 글자 자체는 별 뜻이 없다. 오로시의 정확한 뜻은 미즈아라이가 끝난 상태의 생선을 호초(包丁 요리칼)를 이용해, 요리의 목적에 맞는 사쿠(柵 생선의 살덩어리) 또는 블록으로 자르는 과정을 말한다. 스시야의 네타박스에는 바로 이 사쿠가 들어가 있고, 셰프는 이 사쿠를 사시(刺し 자르거나 벰)해서 사시미(刺身)나 네타를 만든다.
오로시를 다르게 설명하면, 미즈아라이가 끝난 생선에서 살과 뼈를 분리해, 직접 사시미와 같은 요리를 할 수 있게 생선을 블록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과정(뼈와 살을 분리하는 것)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 산마이 오로시(三枚下ろし)다. 산마이 오로시란 가운데 뼈를 두고 양쪽 두장의 살(필렛)로 분리하는 것으로 뼈와 두장의 살을 더해 세장이 되었다고 산마이라고 한다. 산(三)은 숫자 3을 의미하고 마이(枚)는 얇고 평평한 물건을 헤아리는 단위다. 참고로 사바키라는 말은 꼭 생선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닭과 같은 가금류, 조개와 같은 패류에도 사바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바키와 오로시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데바보초(出刃包丁)다. 날이 두껍고 무거워 머리나 뼈를 자르기 좋고, 날 끝이 뾰족해 정교하게 살을 따라가며 포를 뜰 수 있다. 데바보초에서 보초는 호초(包丁)를 뜻하는데, 데바라는 말의 유래가 재밌다. 전국시대가 끝나자 일본에서는 전쟁용 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러자 전쟁용 칼을 만들던 사람들이 오사카 근처의 사카이(堺) 지역으로 모여들어 요리용 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데바보초를 유난히 잘 만들던 장인이 있었는데, 이 사람의 이가 앞으로 튀어나온 뻐드렁니(歯 뎃빠)여서, 뎃빠보초가 데바보초로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썰은, 일반적인 요리칼과 달리 칼날(刃 하)이 많이 튀어나왔다(出 데)는 뜻이 합쳐져 데바(出刃)보초가 되었다고 한다.
다이묘 오로시(大名下ろし)의 어원도 재밌다. 산마이 오로시가 생선의 살과 뼈를 최대한 잘 분리해, 가운데 뼈에 살이 거의 붙어있지 않는데 비해, 다이묘 오로시는 작은 생선을 처리하는 사바키 방식인데, 뼈에 살이 많이 남는다. 이렇게 살이 많이 남는 것이 아깝지만, 남겨도 될 정도로 여유가 많은 다이묘(大名 귀족) 같다고 해서 이름이 만들어졌다. 후쿠오카 시내인 텐진 옆에 다이묘라는 지역이 있는데, 과거 다이묘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