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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Aug 30. 2019

제주 3일

소소하게 머무르기

내 생일을 맞아 급 계획된 3박 4일 제주여행. 갑작스레 계획하다 보니, 그 와중에 또 최대한 알뜰살뜰한 방법을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는 날엔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오는 날엔 잠에서 덜 깬 채로 비행기를 타게 됐다. 앞뒤로 반나절씩 자르니 실질적으로는 3박 3일. 아주 짧지도, 그렇다고 또 길지도 않은 3일 동안 난 여자 친구와 소소한 일상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제주에 머무르기로 했다.


쉽게 말해 여행인데 굳이 '머문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한때 청춘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제주 한 달 살기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꿈꿨기 때문. 하지만 현실 직장인의 벽을 넘지 못한 우리는 고작 3일밖에 살아볼 수 없었기에 남들이 보면 고작 3일? 이라며 코웃음 칠 수 있으니 여행과 산다의 중간 정도 되는 머물다가 적당하지 싶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제주 0.5일


한적한 김녕의 어느 골목. 3일간 우리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집으로 가는 길.


"드르륵~ 드르르륵~"

"어우~ 되게 시끄럽네;;; 오빠! 캐리어 그냥 들고 가자!"


주말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는 마을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딱히 정숙이라고 써 붙여져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조용히 해야 할 것만 같아 묵직한 캐리어를 들고 낑낑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혹시, 유우스테이 오신 거 맞으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한 이 골목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집주인분 되시겠다. 주인분의 안내를 따라 집으로 고고!


"두동이 있는데 오른쪽이 묶으실 집이에요."

"(짝짝짝) 우와~ 예쁘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순백의 외관이 코발트색과 에메랄드색이 적절하게 섞인 김녕 바다와 아주 잘 어울린다. 과연 내부는 얼마나 또 예쁠지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현실은 낑낑대느라 한 걸음씩;;;) 집으로 들어간다.


3일 동안 우리 집 앞마당


"일단 기본적인 것부터 말씀드리고 한번 둘러보실게요. 집은 복층이고요......."


집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이제 본격으로 집을 둘러보기 위해 계단을 오른다.


"와~ 좋다... 이런데 살고 싶다 진짜."

"제가 살아봤는데, 솔직히 살기에는 조금 불편해요^^;;"

"아;;; 네...^^;;"


예상 밖의 솔직한 고백에 당황스러워하는 우리를 보고는 아차! 했는지 얼른 꼭대기 층에 있는 다락방부터 보여주신다.


"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런 뷰를 볼 수 있다면 아마 웬만한 불편쯤은 다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직 안 살아봐서 뭐가 불편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다락방이다. 여기가 3일 동안 우리집이다!


김녕 앞바다를 품은 다락방
우리의 최애(愛) 공간
모닝커피 한 잔?
돌담이 보이는 주방


제주 1.5일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있어도 모자를 일요일.


"얼른 가자! 늦겠어;;;"


아침부터 우리 사전에는 없는 부지런을 떨며 나갈 채비를 한다.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을 반납하고 찾아가는 곳은 성당. 자칭 독실한 가톨릭인 여자 친구의 종교활동을 위한 오늘의 첫 일정이다. 여행까지 와서 무슨 성당이냐 할 수 있겠냐 마는 로컬처럼 살아보는 여행, 머무는 여행에 이보다 더 좋은 코스가 있을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요일 아침 보내기. 성당도 일부러 도심에 있는 곳이 아닌 조천읍에 있는 조그마한 동네 성당을 찾아갔다.


미사 시간에 딱 맞춰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성당 안은 이미 만석. 거의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아마 이곳 조천읍에 살고 계시는 제주분들임에 틀림없다. 앞쪽 빈자리로 가는데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성당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있음이 느껴진다.


"우리... 잘못 들어온 거 아니지?"

"에이~ 다들 우리 처음 보니까 쳐다보시는 거겠지."


가뜩이나 성당에 다니지 않는 나는 괜히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어 빨리 미사가 끝나기만을 예수님께 기도드려본다. 부디... 비록 오늘 초면이지만 저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천주교조천성당
제주의 흔한 오션뷰 성당


"하... 배고프다..."


성스러운 마음 한껏 충만해진 우리는 미사가 끝나고 나니 그제야 배고픔이 느껴졌다. 마음은 충분히 채웠으니 이제는 육신을 충만하게 채울 차례. 저녁 반찬거리도 살 겸 아침도 먹을 겸 동문재래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먹자로에 들어서자마자 뭘 먹을까 양옆으로 열심히 스캔을 해보는데 분명 먹자로인데 먹을 게 없다. 대부분 식자재나 한라봉, 오메기떡과 같은 기념품용 먹거리들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야시장 푸드트럭에 있을 법한 큐브 스테이크, 컵밥, 꼬치, 튀김(이상 우리가 먹고 싶었던 것들ㅠㅜ) 같은 길거리 음식이 있을 거라 생각한 우리의 착각이었다. 결국 우리는 아침도 못 먹은 처지에 저녁 반찬만 사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어쩌면 지금 산 저녁 반찬이 아침 반찬으로 다 없어질지도...


먹을 것 없었던 먹자로
동문재래시장에서 사온 반찬들과 여자 친구의 필살기 참치 전으로 소소한 듯 푸짐한 저녁 한 끼 (참치 전 JMTTT!!!)


제주 2.5일


월요병 없는 월요일 아침. 눈은 떴지만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SNS 삼매경에 빠져있다.


"오빠, 여름 제주는 수국이래~"

"그래? 날도 좋은데 꽃구경 갔다 올까?"

"좋지!^^"


날이 좋아 가기로 한 꽃구경인데, 한낮의 햇볕이 너무 뜨거워 해가 조금 사그라들 때쯤 나왔더니 좋은 날이 다 가버리고 말았다.


"어떡하지;;; 꽃구경 망했네..."

"잠깐만... 아니야 일몰시간 검색해보니까 아직 시간 있어! 빨리 갔다 오자!"


급하게 차를 몰아 미리 검색해둔 수국 맛집에 도착했다. 우리가 선택한 제주 수국 맛집은 종달리. 그런데 정녕... 여기인가??? 수국은커녕 왼편으로는 뻥 뚫린 바다고 오른편은 그냥 논밭인 지금 여기는 종달리 목화휴게소 앞이다. 블로그에서 본 주소가 잘못된 건가;;; 시간이 없다. 해가 지고 있다. 멘붕에 빠질 여유조차 허락할 수 없다. 휴게소에 차를 세워 각자 검색 신공을 발휘한다.


"찾았다! 여긴 거 같아!"

"오빠... 뭐해?! 어서 밟아!"


부아아앙~~~


도착 700m 전. 종달리 어느 마을 입구로 들어선다. 그냥 작은 마을인 것 같은데 이런 곳에 수국길이 있을까 싶은 순간,


"오! 수국이다!!!"


SNS에서 봤던 그곳이다. 차에서 내려 삼각대를 펼친다. 타이머를 걸어 놓고 얼른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다. 하나, 둘, 셋, 김치이이~~~


@종달리 수국집


제주 3일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야 할 아침. 우리 집에는 탄내가 솔~솔~ 풍긴다.


"앜!!! 토스트 탔다;;;"


예상대로 늦잠을 잔 덕분에 아침이 분주해졌다. 우리의 최애 공간인 다락방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제주 3일의 고품격 마무리를 꿈꿨건만, 현실은 토스트는 입에 욱여넣고 커피는 원샷 해야 될 지경이다.


"앜!!! 또 탔네.ㅠㅜ"

"오빠! 내가 할게! 얼른 짐 싸!"


짐을 다 챙긴 여자 친구와 바통터치! 난 3층으로 올라와 짐을 싸고 있는데, 또다시 아래층에서부터 탄내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설마... 아니지?"

"설마... 맞아... 커피 내리다가 놓쳤어;;;"


그렇게 애꿎은 식빵 6개를 태우고서야 우리는 조촐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허겁지겁 아침을 해결한 후 이제 떠날 채비를 한다. 이제 진짜 우리 집으로 돌아갈 시간.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집안 곳곳을 둘러본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주방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봉지 안 새까맣게 탄 식빵들. 이제 제주를 떠나야 하는 지금, 우리의 마음.


안녕! 제주




유우스테이(UWOO STAY)

김녕에 위치한 독채형 민박. 1~4층 복층구조로 4층 다락방에서 바라보는 뷰가 일품. 복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여유 있게 힐링하길 원하는 커플 여행 또는 가족 여행객에 적합하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7길 30 오른쪽집

[예약 및 문의] 아래 홈페이지 참조


조천성당

조천읍에 위치한 천주교 성당. 성당 앞으로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성당. 작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2길 19

[전화] 064-784-6173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제주의 명품  감귤과 과일, 토산품, 화산토에서 자란 농산물,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수산물과 축산물, 그리고 건어물이 있는 곳. 또한 원산지 표시  우수시장으로 구매한 상품을 바로 택배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수시장이며 시장 내 곳곳에 오메기떡 빙떡이 떡집과  분식 거리, 그리고 전통 먹거리 식당이 있어 출출함도 함께  달랠 수 있는 시장이다. 저녁부터는 푸드트럭들이 들어서 야시장이 열린다.

[주소] 제주도 제주시 이도1동 1434

[영업시간]
  - 매일 8AM - 21PM
  - 야시장 19PM - 24PM (하절기) / 18PM - 24PM (동절기)

[전화] 064-752-3001, 1588-0708


종달리 수국집

종달리에 위치한 독채 민박. 민박집 돌담에 핀 수국 때문에 6~7월이면 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들의 성지가 된다. 수국이 온 집을 감싸고 있어 종달리 수국집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주소]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논길 2

[예약 및 문의]  아래 홈페이지 참조

참조 : 네이버 플레이스/블로그, VISIT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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