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없는 제주여행

라이킷 20 댓글 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트래볼러 Jul 27. 2022

어쩌다 제주 실내 여행

(마음만은) 청춘들의 제주여행 - Episode Ⅲ

제주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일기예보는 비였다. 다행히 자타공인(?) 날요(날씨 요정)인 내가 있어 그런지 대체로 날씨가 좋았지만 한 변덕하시는 제주 날씨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혹시나 비를 만날 것에 대비해 실내 여행코스를 하나 짜두었는데 SNS에서 세상 핫한 아르떼뮤지엄제주다. 빛과 소리가 만든 영원한 자연이라는 대전제 아래 총 10개의 콘셉트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막상 비가 안와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천혜의 자연을 눈앞에 두고 실내로 들어가는 건 제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린수부부와 상의한 끝에 요즘 뜨는 제주 핫플이기도 하고 이왕 티켓도 예매했으니 계획대로 그냥 GO! 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고 처음 한동안은 어두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방에 거울이 있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영상을 따라 동공은 물론 고개까지 돌아가니 내 귀에 캔디~♬ 말고 달팽이관이 꿀처럼 달콤하고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급기야 나갈 때 휘청휘청@.@ 바로 옆에 보이는 출구를 놔두고 계속 출구를 찾아 헤매었다는...

10개의 콘셉트 중 내 피셜 1등을 뽑으라면(우리는 1등만 기억하는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고흐다. 정확하게는 GARDEN 룸이다. 고흐 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GARDEN 룸에서 제주, 파도, 명화를 번갈아가며 상영했다. 배차는 30분. 놓치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명화 중 고흐가 한창 상영되고 있었다. 나이스 타이밍! 을 외치며 카메라를 들었는데 잠깐 어두워지더니 갑분 제주도로 순간이동 해버렸다. 와... 타이밍 지렸다. 고흐를 다시 만나려면 이제부터 1시간이구나;;; 다른 전시 먼저 구경하고 1시간 뒤에 다시 오려는데 우리보다 앞서 갔던 린수부부와 재회했다. 고작(?) 몇 분만에 다시 만난 두 여자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방불케 하는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더니 이윽고 함께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두 여자의 재회가 쏘아 올린 공에 두 남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두 분의 찐 우정을 위하여~ 우린(남자들)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었다. 찰칵! 찰칵! 찰칵!

따로 또 같이 사진을 찍는 사이 어느덧 1시간이 흘러 다시 고흐가 등장했다.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도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법한 그림들이 초대형 스크린(벽면 전체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솔직히 티켓 가격이 좀 세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따로따로 봐야 할지도 모를 작품들을 한데 모아서, 그것도 이렇게 크게 (물론 진품이 아닌 영상으로 보는 것이지만) 볼 수 있으니 뭐 그렇게 비싼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고흐가 끝남과 동시에 GARDEN 룸에서 나와 나머지 룸들은 대충 SSG~ 돌았다. GARDEN 룸에서 사진을 너무 찍은 나머지 에너지가 방전된 것. 누가 마음만 청춘들 아니랄까 봐. 어두운 공간에 오래 있으니 답답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빛이 만드는 아트보다 진짜 빛을 갈구했다. 아직 인증숏과 재미있는 숏폼 영상을 찍을 곳들이 수두룩했지만 단호하게 버리고, 뮤지엄의 필수 마지막 코스인 기념품샵으로 이동해 예쁜 쓰레기 탕진잼으로 마무~으리!

어질어질~.~ WATERFALL 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