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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볼러 Jul 29. 2022

광활한(?) 유채 스폿

(마음만은) 청춘들의 제주여행 - Episode Ⅴ

계절마다 제주의 색이 있다면 4월의 제주는 단연 노란색이다. 제주 어디에서든 고개만 살짝 돌리면 유채를 볼 수 있기 때문. 머무르는 곳이 곧 유채 포토존이지만 린수부부의 사모님께서는 근본 없는 아무 유채꽃에서나 사진 찍기를 한사코 거부하셨다. 꼭 '광활한' 유채 스폿에 가야 한다며 '광활한'을 특히 강조했다. 대체 어느 정도가 그녀가 생각하는 '광활'일까? 차로 이동하며 얼추 널찍해 보이는 곳이 나올 때마다 와~~~ 광활하다 감탄해보았지만 그녀의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 애써 찾아가지 않고 여정 중에 우연히 만나 그 즉시 잠깐 멈춰 쉬었다가는 것도 여행의 낭만중 하나이거늘, 끝내 낭만적인 방법으론 광활한 유채 스폿을 만나지 못한 우린 애써 검색 찬스를 썼다. 그중 인간계 낙원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광활한(?) 유채 스폿을 찾았다. 광활한 뒤에 (?)가 붙은 이유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 SNS나 블로그에는 한송이만 피어있어도 광활한 것처럼 찍어 올렸을 테니. 그래서 최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피드와 포스팅을 보며 광활 여부를 검증했다. 감식 결과 한번 믿어볼 만하다는 결론. 탕! 탕! 탕! 우린 낙원에서의 베짱이 라이프를 청산하고 곧장 엉덩물계곡으로 향했다.


중문 관광단지 18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바로 엉덩물계곡 입구다. 입구에서부터 대략 전방 100미터까지 온통 노란색인 게 광활한 유채 스폿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았다. 적당한 포토존을 물색하며 촘촘히 피어있는 유채밭을 가로질러 설치된 데크를 천천히 걸었다. 온통 유채라 눈에 뵈는 게 유채뿐이지만 난 먼저 계곡을 살폈다. 그래도 명색이 엉덩물계곡, 계곡이지 않은가? 하지만 엉덩물계곡은 우리가 흔히 아는 깊은 산속의 물살 세고 골이 깊은 계곡은 아니었다. 사실상 물이 많이 없었을뿐더러 흐른다기보다는 '고여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고, 그마저도 잡초더미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엉덩물계곡이라는 이름은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해 물을 찾는 짐승들조차 접근을 못하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붙여졌다는데 아마도 지금처럼 정비되기 전 이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재의 엉덩물계곡은 유채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짐승들이 험하다고 느낄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그다지 볼 것 없는 계곡은 이만 제쳐두고 다시 유채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이렇게 광활한데 유채꽃 인생샷 하나 못 건질까? 계속 탐색을 하며 걷던 중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자 그녀들이 먼저 달려가 포즈를 취했다. 눼눼~ 찍어드려야죠. 남자들은 조건 반사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청춘시트콤의 포스터 같은 인생샷을 찍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활짝 웃고 있는 우리 커플과 린수부부. 설령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지라도 우린 분명 (마음만은) 청춘이었다.

유채밭 한가운데에서 쉬고 있는 어느 부부
이 정도면 충분히 광활한 유채꽃밭
엉덩물계곡의 끝자락의 나무다리
(마음만은) 청춘이었다
참조 : 비짓제주, 대한민국구석구석, 카카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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