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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Oct 30. 2020

에필로그. 먹먹한 밤과 뜨거운 오로라

생일에 가장 멋진 오로라가 떴다


유징카! 

밖에 엄청 큰 오로라가 떴대

너에게는 앞으로 행운이 가득할거야 


친구들이 생일 날에 어색한 연기로 나를 속여 깜짝 파티를 벌여 준 날이었다. 

핀란드에서 머물면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오로라가 떴다. 선명하게 하늘에 일렁이고 있었다. 




핀란드 오울루의 창에는 거의 매일 같이 눈이 내렸다. 노랗게 번지는 스탠드를 침대 맡에 켜두고 자기 전에 고민했다. 그때만 해도, 행복이란 왜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이리 저리 묻고 다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반년이 흐르고서야 내가 서서히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잘 살고 싶었다. ‘잘’이라는 한 음절의 단어에는 복잡한 야망이 있었다. 


세상을 바꿀 만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대단한 사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박식한 사람이 되어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자가 되는 일. 그래서 남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성취였다. 성취해내면 박수 받았고, 우월한 위치에서 겸손을 떨 수 있을 때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정의한 성공적인 삶이였다. 권위와 명예를 좇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후회 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으나 외롭고 우울했다. 이 가치를 따라서 삶을 몰아가는 일이 너무도 익숙해져서, 무엇이 잘못 되었기에 숱한 우울의 날을 살아야 하는지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한할 수밖에 없는 행복이었다.  


 “Love yourself."

내 고민을 듣던 한 친구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나는 갸우뚱하며, 반문했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만 행복하지는 않다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여행하고 사랑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삶을 어떻게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이끌어 가는지 가까이서 보았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이들에게서 배웠다. 


모두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다가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배짱이나 용기는, 행복의 중심을 나 자신으로 돌릴 때 가능한 일이란 것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편견 없는 강인한 삶을 살 것이다. 

더욱 긍정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나 자신에게서 온다. 


반년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사랑스러운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들이 나를 사랑으로 대했던 모든 기억들은 내 가슴에 영원토록 남아 힘든 순간들에도 계속 살아나갈 용기를 줄 것이다.


먹먹한 밤과 뜨거운 오로라

핀란드 대서사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그 시절의 겨울로 나는 몇 해의 사계절을 나기도 했다. 


나의 짤막한 이야기들과 사진들이 잠깐의 따스함이나 찰나의 미소가 되길 바란다.  

그대에게 나른하고도 신선한 눈송이들을 전한다.





바다에서 스키를 타고 있는 사람들
오로라가 뜬 오울루의 하늘
생일날에 받은 장미와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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