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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Oct 30. 2020

번외. 내 이름도 사랑스럽게 불러줘

사랑스러운 동유럽 친구들이 내게 남긴 것

핀란드에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가깝게 지냈던 것은 동유럽 친구들이었다. 


< 해피 네임 데이! > 


 동유럽 사람들은 사랑스럽다. 그들의 달력에는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 날짜 밑에 항상 이름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네임 데이’를 위한 달력이다. 생일 말고도 축하할 기념일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귀여운 일인데, 그것이 이름이라니!  하지만 세상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이름이 있지 않은가.  


“그럼, 특이한 이름들은 네임데이를 누릴 수가 없는 거야?”

“아니, 비슷한 이름으로 축하할 수 있어.”

“그럼, 나도 네임데이가 있어?”

“아니, 넌 비슷한 이름이 없어서 없어.”


 나와 같은 이방인이 아닌 이상, 비슷한 뜻이나 어원을 가진 이름들은 각기 축하를 받을 사랑스러운 날을 가지고 있다. 선물이나 케이크 따위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담긴 ‘해피 네임 데이!’, 행복한 웃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이 서로의 이름을 대하는 방식도 굉장히 다정하다. 예로서, Eva는 Evi, Evička 혹은 Rado, Radko, Radosko와 같이 영어의 비교급처럼, 달콤한 방식, 더욱 달콤한 방식, 정말 달콤해서 죽어버릴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나 귀여운 이름문화라니! 그럼 너희는 이만큼 로맨틱한 사람들이냐고 물으니 이를 설명해주던 세 명의 슬로바키아 남자들이 그럼, 이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때는 코웃음쳤지만 반년이 흐른 지금에 돌아본 기억들에서 나의 친구들은 가장 달콤한 형태로 이름을 불릴 자격이 있는 달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네임데이를 가지고 싶다는 나에게도 이름을 하나 선물해 주었다. 



“내 이름도 사랑스럽게 불러줘.”

“그래, 유징카.”





핀란드에서 머물렀던 방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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