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일수록 드는 생각
어느덧 일한 지 4년차가 되었다. 대학 시절 마케터를 꿈꾸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좋아 디자인도 배우고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마케터가 되었고, 이 직업으로 벌써 네 번째 명함을 바꿨다.
마케팅은 진입 장벽이 낮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모두가 전문가가 되진 못한다.
이 혼란 속에서 나는 수많은 '카더라' 정보를 마주했다. "카더라, 이렇게 하면 좋대", "카더라, 저 회사는 이런 전략으로 성공했대". 그 속에서 진짜 내 역량을 키우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했다. 어떤 스킬을 익혀야 할지, 어떤 분야를 파야 할지, 어떤 안목을 가져야 할지 끊임없이 찾아 헤맸다.
업계와 조직에서 인정받는 마케터들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와, 저렇게 일하는 거구나', '대단해, 저렇게까지 깊이 분석하고 데이터로 무장해 일하다니'.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 심리를 꿰뚫고, 숫자로 모든 걸 증명해 냈다. 감에 의존하는 게 아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에 감탄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업계마다, 회사마다, 심지어 프로젝트마다 상황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정말 일 잘하는 마케터들은 '안 되는 이유'를 찾지 않았다. 대신 '되는 방법'을 찾아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시간이 없어서..." 대신 "이 정도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면?",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주려면?" 이렇게 질문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배웠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제일 먼저 뛰어들어 익혔고, 업계 세미나면 어디든 참석했다. 하지만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배운 걸 바로 자신의 일에 적용했다.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해 다시 도전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릇을 키워갔다.
나는 당연하다 생각했다.
'아, 나도 연차만 쌓이면 저렇게 되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년 차 때 열심히 sns 포스팅하고 보고서 쓰는 게 전부였다면, 4년 차인 지금은 해야할 일과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능숙해진다고 생각할 때쯤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저 아직 경력이 짧아서요"란 말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상방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하방에 대한 한계선은 계속 올라온다. 예전엔 그저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됐지만, 이젠 큰 그림을 그리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 요즘 나는 내가 정말 마케터적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일에만 매몰되어 다른 시야를 못 갖는 건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때론 내 약점이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A라는 건 잘하는데, B는 왜 이렇게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고민이 아니란 걸 안다.
아마 모든 4년 차들이 겪는 성장통일 것이다.
4년 차에 사회가 바라는 것, 회사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 이 모든 기대에 부응하는 것, 아니 그 이상을 해내는 것. 그건 오늘도, 내일도 고민하고 노력하는 나에게 달려있다.
이 과정이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성장도 없다
기획력의 원천은 불가능한 일을 떠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 마스다 무네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