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조금만 비켜주세용...저도 좀 들어가게~~!
올해는 꼭 넣으려고 했다. 서울독립영화제 배우프로젝트... (서독제에서 진행하는 독백 페스티벌로, 홍경 배우부터 노재원 배우 등 떠오르는 배우들도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신인 등용문이 되다시피 한 나름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7,757명이 지원했다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 안 넣길 잘했다고. (농담)
실은 이번에는 진짜 좀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를 해서 제출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권해효 배우님의 당부 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5,000명 이상의 독백 영상을 모두 보고 보고 또 보았다는 그는 일단 매우 지쳐 보였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떨어진 배우들에게 회신으로 아래 영상을 보냈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도 참가하지 않아 ㅎㅎ 이번에 친구에게 전달받아 보게 되었다 ㅎㅎ)
(비공개인 거 같은디...혹시나 문제가 되려나..? 그런데 배우에게 디게 좋은 내용임 진짜로 ㅇㅇ)
영상 보면서 내가 적은 인상적인 부분들이다.
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에 전념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몇몇 영화의 우리가 흔히 아는 대사들, 변별력이 떨어지는 대사들을 보는 아쉬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흔한 독백은 줄었다. 하지만 반대로 배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조적이고 자신의 일상을 담은 것 같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솔직히 말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추구하는 목적은 알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듯한. 그렇지만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기 위해서 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배역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표현하는가.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그 사람을 보고 싶은 거다. 일상의 블로그와 같은 접근은 아쉽다
합격자들 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준비시키는 학원도 있다고 들었다. 진심과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 패턴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연기를 '1분짜리' 영상으로 찍는다는 건 쉽지 않다. 짧지만 완벽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 안에 자신의 개성을 녹여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바로 배우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배우인 우리는 소통하는 사람들이다. 작가와 관객과 상대 배우와. 현장에 주어진 다양한 조건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되 그것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또 보여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그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순간이 많아서 그런 아쉬움이 있었다.
진짜 중요하고 주옥같은 내용,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무엇보다 나는 배우를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흔히들 배우를 다른 창작자에 비해 수동적인 역할로 선을 긋는다는 데에서 늘 아쉬움을 느낀다. 꼬아서 얘기하자면, 배우를 무슨 작가나 연출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아직도.
물론 배우가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축된 세계와 메시지의 영역을 창조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와 이미지' (김신록 배우님이 쓰신 책 <배우와 배우가>에서 양종욱 배우님께서 자신을 "드라마와 인물에 복무하지 않고 싶다"라고 이야기하시면서 자신의 관심사는 이야기와 이미지라고 짚었다. 나 역시 배우의 역할이 드라마와 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야기와 이미지라고 적는다)를 온몸으로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정말 감각을 동원하여 관객에게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전문적인 창작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배우가 한 인물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그 인물을 만난다는 점에서 창작자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것보다 더 넓은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기승전결이라는 드라마틱한 흐름 내에서의 한 인물의 심리와 변화를 표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이 있을 것 같다는 의미인데 이게 아직 표현이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건 작가나 연출자의 영역도 아니다. 그리고 나도 이런 걸 하고 싶은 것 같다. (나 같은 성향은 배우가 아니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는데... 그러니까 배우를 정말 협소하게 생각하니까들 그렇게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나는 글을 쓰거나 연출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연기를 통해 내가 느낀 감각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은 거라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다음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오해 파트. 독립영화를 조롱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멕아리 없이 그냥저냥 말하는 거... 혹은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냥 그 인물처럼 보이는 거. 그리고 나도 약간 연기를 이렇게 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졸라 폭언하는 어떤 연기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튀었다 ㅠㅠ) 그분도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그냥저냥 자연스러운데 그래서 뭐냐고. 연기가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냐는.
자연스러운 연기와 자연스러운 척하는 연기도 구분해야 하고, '연기' 역시 예술이라는 것도 유념해야 하는 것 같다. 형식미도 있어야 하고, 에너지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약간 배우의 편을 들어보자면... 신인 배우들이 왜 저러는 지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된 데에는 영화계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ㅎㅎ 그러니까 한국 독립 영화 자체가 이전의 패기나 비전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물과 그에 맞는 연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인물들이 다 비슷비슷한데, 그리고 독립영화라는 어떤 느낌이 있으니 그에 맞게 연기하는 거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배우들이 쓰는 독백 안 좋아한다. 진정성이라는 건 있지만 당연히 작가들은 아니기에 글에 완결성이 없다. 그렇지만 배우들이 스스로 쓴 독백을 많이 하는 이유도 위와 비슷한 맥락이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배우는 소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해석이었다. 흔히 또 배우에 대한 착각(?) 중 하나는 또 자신만의 감각에 몰두해야 한다는 그런 선입견도 있어 보인다. 막 몰입해야 하고 그런 거. 물론 맞는데 배우는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해석은 연기 역시 협업임을, 그리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작업이라는 것을 짚어주는 해석 같다.
그러니까 어쨌든 더 다양한 작품, 다양한 인물, 다양한 배우들이 발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조차도 한국 영화에 기대가 없고, 한국독립영화를 안 보고 있다는 건 당연히 내 잘못도 있지만 한국영화계도 잘못이 있는 거처럼 느껴짐 ㅎㅎㅎ 이야기도 새롭고, 비전도 있고, 새로운 배우들도 나와야 다 같이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들은... 기성세대가 해야 하지 않나 ㅎㅎ 그게 기성 세대의 의무 아닌가????
이거는 근데 뭐 누구를 까려는 건 아니고, 서독제의 독백 프로젝트부터 권해효 배우님까지 저런 시도를 한다는 거 자체를 리스펙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고.
그러니까 다들 조금만 비켜주세용...
저 좀 들어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