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하게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2021년 2월의 어느 날>
2021년을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했던 것이 무색하게 다시 피곤과 무기력에 찌들대로 찌들어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보내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쳐내다시피 잡무를 하느라 지쳤만 갔고, 그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 그 피곤과 짜증은 야식으로 풀어댔고, 자연스레 몸이 붓고 살이 급속도로 찌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꼈던 65kg을 지나 68kg을 넘어서더니 드디어 70kg에 도달했다. 사실 살면서 볼 거라고 상상해보지도 못한 앞자리였다.
하지만 그 충격도 잠시 나는 배달 시키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실 배고프지도 않았다. 몸은 부을대로 부어있어 걸을 때마다 의식이 될 정도였고, 자극적인 음식 때문에 장도 점점 약해졌고, 자연스레 소화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배달을 시켰다. 작년에는 미친듯이 옷을 샀다면 이번에는 음식이었다.
나의 푸념을 계속 듣던 얀니는 일단 방울 토마토를 들고 오겠다고 했다. 우리는 방울 토마토를 먹으며 (아직 44page까지밖에 읽지 않은) '터틀 트레이딩'에 대해 이야기했다.
<2021년 2월 16일>
우리끼리 본격적으로 야매 '터틀 트레이딩'을 해볼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최우선이라며 일단은 우선 숙면 돌입 프로젝트부터 시작하였다.
얀니는 나에게 족욕을 시켜주었다. 나는 펄펄 끓는 물에 발을 담갔다. 잠자기 전 간단 요가도 함께 했다. 그리고 '브레이너 제이'의 유튜브를 소개해줬다. 숙면을 도와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나는 나의 수면 패턴 확인을 위하여 갤럭시 밴드를 차고 있는데 어떨 떄는 충격적이게도 깊은 잠이 0분으로 나왔다. 나의 제정신 아님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 날은 족욕과 요가와 샤워와 숙면 유튜브의 조합으로 깊은 잠 50분을 기록했다.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2021년 2월 20~2월 21일>
시작이 (- 마이너스) 절반이다!
그 사이에 또 며칠이 흘렀다. 정신을 차려보니 토요일이었다.
이 날은 우리의 쉐어하우스에 손님이 왔다. 그는 인생에서 꼭 치뤄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험(변호사 시험) 기회가 단 1회 남은 비운의 사나이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기회가 더 남은 격이다..
역시 고통과 좌절을 겪은 이답게 우리와 유우머 코드가 참으로 잘 맞았고, 쉐어하우스 일원으로서 그에게 침대를 양보했다. 다행히 우리는 가스가 새지도 않고, 복층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무사히 아침을 맞이하였다. 처지를 비관한 남녀 셋의 동반자살로 기사가 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었다!
손님과 얀니가 떠난 홈에서 나는 '터틀 트레이딩'을 읽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돈독하게 트레이닝을 시작할 예정이기에 저녁을 든든히 먹어두었다. 야식을 먹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뼈해장국과 치즈 돈까스와 오뚜기 밥을 야무지게 먹고 잠에 들어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돈독하게 트레이닝의 첫 날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랐다. 72kg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