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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요선 Mar 25. 2021

다신 안한다고 했지만 또 할 거라는 걸 모두가 안다

작년 겨울부터 올해 초봄까지 장장 4개월에 걸쳐 진행되었던 영화 촬영이 끝이 났다. '돈도  되는' 독립영화이다보니 본업할 시간을 쪼개가며 틈틈이 했다. 물론  과정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특히나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때는 이런 선택을  나를 저주했다...퇴근  눈치를 보며 헐레벌떡 나가 택시를 타고 이동할 , 주말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8시엔 일어나야 하는데, 미친 9시다! 하면서 헐레벌떡 촬영장까지 택시타고   특히 그랬다.

심지어 이번 촬영의 난이도는  높은 편에 속했다. 일단 처음 찍어보는 키스신부터 속옷 노출신이 있었고, 엄마와 헤어진 친구에 대한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시나리오에 반영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방 로케에, 수중신(?) 하여튼 체력적으로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연기 측면에서도 그랬다. 영화  인물이 있고,  영화  영화  인물이 있고, 영화  또다른 인물까지 어떻게 보면 3 역할까지 해야 하는 철학적인 작업이기도 했다.

나는  작업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살라보자,  마인드로 덤벼들었다가 그렇게까진 못하겠다, 했다가 이걸  한다고 했을까, 까지 왔다.

따지고보면  작업을 통해 누가 무언가를 얻는 것일까,  고민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 어쩌면 취미 활동일 일 수 있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드디어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 왔다. 원래 "드디어 끝이다! 다신  한다, 아오!!!" 하며 촬영에 돌입했다. 그리고  번의 테이크를 거치고, 정말 끝이 났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만나자고 부둥켜 안고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연기의 세계' 떠나 '비연기의 세계' 왔다.  곳은 돈도 주고, 나름 여유도 있고, 빡세지 않다는 점에서 '진짜'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거기다 나는 '비연기의 세계'에서도 나름의 자아 실현을 하는 중이다. 나에게는 자아 실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끝이 나고나니, 더군다나 당분간은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개인적으로 다짐하였기에  뭔가  그랬다.  진심을 다해   있지 않았을까?  최선을 다했으면 달랐을까? 순간이 박제된다는 점에서의 영상 작업이니 뭔가가  안타까웠다. 실제로 영상 작업에서 배우가 무언가를 많이   없다는  알면서도 그랬다. 더군다나    없는 소용돌이를 함께 겪은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니  그랬다. 간간이 만날 수도 있고,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챕터는 끝났다는  분명하니 더욱 그렇다.


이 짠함을 또 어디서 나눌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갈망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는 사람 자체에 어떤 안타까움과 짠함이 있는데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모두가 그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사회적 성공이나 유명세 같은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느낀다는 것에 대해, 순간에 대해, 여하튼 참 쓸모없는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뭔가 서툴고 모나고 이상할 순 있어도 연기를 하면서 만났던 이들은 그런 점에서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 또 이렇게 애틋한 순간을 마음에 담고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도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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