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보낸다 진짜 고통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너를 뉘우치게 될 거야 가짜 날개를 달고 윙윙대는 한때에서 돌아오길 바란다
수치심의 날갯짓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더 벌레다워질 때까지
<지붕 위의 평화>, 김경인
심리 상담을 재개했다. 매주 심리상담을 8회 차까지 해오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생각되기도 했고, 바쁘기도 했다. 일을 미친 듯이 벌린 탓도 있다. 일 때문에 만나야 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은데 거기에 수업과 스터디를 계속 추가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께 지난 한 달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성인 ADHD 검사를 받았고, 자극 추구 성향이 일반에 비해 2배라는 그런 이야기들. 또 알코올 이슈가 있기 때문에 술 끊는 약도 처방받았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지만 타이트하게 생활을 관리하다가도 한 번 고삐가 풀리면 또 나사가 풀린 사람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지낸다고도. 할 일이 많은데도 또 일을 벌이고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고도.
선생님은 나에게 일단 왜 그렇게 민망해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이야기를 하냐고 했다. 그럴 수도 있는데 뭐 어떠냐고.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만 있는 건 아닌데도 매번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고해하듯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그리고 어딘가 묘하게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을 풍긴다고도 하셨다.
맞다. 나는 내가 부끄럽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부끄럽다.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내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느껴지고,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아직까지도 그렇다. 참을성이 없고 철이 없는 내가 나도 한심하게 느껴진다. 외로움과 공허함을 견디지 못해 계속 일을 벌이는 내가 안타깝기도 하다.
선생님은 내가 이상한 방식으로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셨다. 다른 사람들이 사회화의 일환으로 가면을 쓰고, 잘 보여야 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조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반면 요선 씨는 그런 상황에서 더 우악스럽고 철없게 행동하는데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고.
나만의 가면 근원을 찾아보자면 여전히 아직도 '10대 때의 기억'이다. 그리고 그때 했던 행동들을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하고 있는 내가 지금 여기 있다. 다 지나갔고 무사히 지나갔다고 이제 그런 것들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자동 주문처럼 눈물이 나오곤 하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진실을 이야기했다.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어느새 또 울고 있는 내게 이게 요선 씨의 진짜 모습이라고, 시니컬하게 말하거나 철없이 행동하는 요선 씨도 있지만 진중하고 진지한 모습을 한 요선도 있다고 말해주셨다. 그걸 이상한 방식으로 가리지 말라고 하셨다. "사랑스럽고 예뻐요." 핵심 아이덴티티이자 코어를 잘 다잡아야 흔들리지 않는다고도 하셨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해서 그러는 것 말고, 진심으로.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