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요선 Mar 10. 2023

블라인드 커뮤니티의 수준 낮음에 깜짝 놀라곤 한다

일 때문에 직장인 커뮤니티를 가끔 본다. 그리고 한국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는 볼 때마다 그 수준 낮음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모든 글을 정독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특히 '나이 든' 여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0대 여성에 대한 조롱도 심하다고 생각한다. (30대 남자를 조롱하는 글을 본 기억은 없다.)


아줌마와 이모라는 단어, 그러니까 나이 든 여성을 지칭하는 용어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아 사용하고 아직까지도 여성이 성적인 매력을 제외한 영역에서 성취한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다수의 여론을 볼 때마다 이게 2023년인가 싶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보이는 여성의 선택 (연애, 결혼, 출산 등) 에 이토록 집착하고 조롱하고 공격하는 걸 볼 때마다 내가 하는 개인적인 행동들 (꾸밈에 들이는 시간, 필요 이상으로 상냥한 태도 등) 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일상적인 선택들이 성차별을 공고히 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어떤 여자가 결혼을 안하겠다는 이야기에도 40대에 하겠다는 이야기에도 왜 비아냥거리는지. 어떤 여자가 자신의 취향과 결정권을 가지고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겠다는 말에 왜 그토록 흥분하는지. 여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시간을 쓴다는 말에 왜 그토록 조언하는지.


그리고 이런 게 정말로 '현실적'인 대다수의 여론이라면 나에게는 연애와 결혼과 출산이 정말로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슬픈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세상이 더 나아지는 데에 일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차별을 더 공고히 하고, 타인을 조롱하기까지 하는 이성을 만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게다가 내가 관리를 더 잘 하고, 내가 성적 매력까지 가졌는데 좋은 커리어까지 갖추고, 내가 더 열심히 돈을 벌고, 그 와중에 꿈을 찾고 성취까지 해야 한다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로 돌리는 담론에도 지쳤다.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하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일까.

여전히, 아직도 페미니즘이 나에겐 문제라는 것만 분명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심으로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