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커리어도 고민해야 하고, 꿈을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고, 몸과 마음도 스스로 돌보아야 하고, 새로운 관계에의 진입도 (놀랍게도) 계속 시도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려가 필요하니까 나에게 힘이 되어준 이야기들을 남긴다.
그런 거 결국 허황된 낙관이나 한심한 자기 연민 아니냐고, 벌써 싫다고 입을 삐죽이는 나에게는 그런 거 아니라고, 이거 용기라고, 용기 내보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좀 무서울 순 있어도 해보자고.
닥치고 그냥 빨리 해내라고 윽박지르지도,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한심해하지 않는 것도 처음이라 좀 멋쩍긴 하다. 멋쩍은 응원, 어딘가 귀여워서 덕분에 힘을 좀 빼고 출발선 앞에 섰다. 곧 출발이다.
#1. 새털쌤
쌤이 나에 대해 써 준 글이다. 곧 출간 예정이기도 하다. 나는 이 글이 마음에 드는데 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써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처방대로 연기만큼이나 글쓰기에 시간을 들여보고 있다. 최근 나의 북토크에도 와 주신 쌤은 계속 많이 써보라고 하셨다. 엄청 고심하고 글을 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으니 (ㅋㅋㅋ) 더 많이 써보라고.
새털쌤의 표현대로라면 '단정하면서 막무가내'인 나는 '허랑방탕하면서 애면글면'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냥 애면글면해하는 나를 좀 안쓰러워해보려 한다. 애면글면하면 뭐 어때. 사람이 좀 비참해질 수도 있지.
#2. 교수님들.
내가 쓴 책을 들고 대학교 때 좋아했던 교수님들을 찾아뵈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글로 남겨놓지 않았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편이었다. 공부만 계속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적어도 20대의 나에게는 그래 보였다. 그런데 30대가 되어 만난 그들은 달랐다.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들이셔서 그럴 수도 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서 진짜 별 얘기를 다 했다.
그들의 수치와 치부를 들었고, 그걸 극복해 내기 위해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 들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졸업을 앞두고 한 뮤지컬 '단역'에 합격했는데 이걸 해도 되느냐고 고민하는 한 제자에게 "무슨 소리야. 무조건 해야지. 너무너무 축하한다"라고 말해주었다는 A 교수님은 나에게도 응원을 보내주셨다. 삼십 대부터 진짜 자기 인생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이제 문을 여는 시기야. 문을 마구마구 열고 다니렴."
너무 멋진 말이라서 문을 마구마구 열고 싶다는 충동이 바로 들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비판적이고 분석적이기 때문에 꼭 지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도 해주셨다. 꼭 그런 글을 써야지.
스무 살에 만났을 때도 정말 이상했던 B 교수님은 그새 더 이상해지셨다. 1시간 정도 이야기 나눌 거란 예상과 달리 우리는 앉은자리에서 5시간을 떠들었던 것 같다. 성격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걱정되어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는 내 말에도 아랑곳 않고 "아니야. 넌 딱 성격장애야!"라고 하는 것부터 너무 웃겼다.
"선생님, 저 병원에서 아니라고 했는데요?"
"아니야. 넌 누가 봐도 성격 장애야."
"아니, 제가 검사를 받았다니까요????"
억울해하는 내게 성격장애면 뭐 어떠냐고 반문하시기도 했다.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인이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면 된다고.
남자에게, 특히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내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경험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B 교수님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럴 수 있다고, 다 이해된다고 해주셨다. '대디이슈'가 있을 테니 모든 것을 포용받는 경험을 하면 나아질 거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로 시작해 너가 좀 더 예뻤으면 인생 조졌을 거라고, 지랄하면 남자들이 떠나갈 정도라 얼마나 다행이냐며, 덕분에 이렇게 잘 살아보려 노력한다고 너무 다행이라는 말도 해주었는데ㅎㅎ 외모 이야기에 발끈하는 내게 장난기를 거두고는 "연기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고 걱정하라“고 해주신 말이 인상 깊다.
꼭 그런 배우가 되어야지.
#3. 문탁쌤
"요선아, 앞으로도 울 일이 얼마나 있는데...
그리고 요선아, 앞으로도 좋은 일이 또 얼마나 있을 텐데...
눈물이든 웃음이든 다 니꺼야, 요선아."
눈물이든 웃음이든 다 내 꺼!
나는 이 말이 정말로 좋다!
#4. 선경쌤
#5. 상담쌤
상담쌤은 나 대신 날 좀 귀여워해준다. 그녀와 내가 함께 한 상담 횟수는 많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가 만난 지는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녀가 나를 포기하지 않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때면 죄지은 학생처럼 주눅 들어 있다. 잔뜩 주눅 든 채로 내가 또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면 “아니, 요선 씨가 회사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도 맺어보려고 노력 중인데! 어디가 유아적이라는 거예요? 그런 유아 없어요." 나 대신 발끈도 해주신다. ”물론 그런 면도 있죠.”라고 덧붙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연습하면 된다고, 상담은 그런 연습을 하는 자리라고 이야기해 주는데 그럼 나는 또 눈물을 글썽인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될 것도 같다. 일단 내가 그녀에게 마음을 좀 열었다. 마음을 연다고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사실 나는 여리고 섬세한 사람이란 걸 부끄럽지만 받아들이는 중. 그건 멍청한 것도 한심한 것도 아니라고 되뇌면서. 그건 멍청한 것도 한심한 것도 아니라고, 계속 계속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