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호 딸바보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나는 먼지가 된 기분이 든다. 해야 할 일이 없는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거인국에 놀러 온 소인이 되기도 소인국에 잡혀온 거인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너무 많아 삶이 지겨울 참에는 지겹다는 글이라도 써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 그런데 글 한자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사는 게 재미가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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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전화받은 사람 누군지 아세요?"
아빠가 나와 유란이의 목소리를 구분하실까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슬쩍 여쭤보았다.
"당연하지! 우리 천사, 함작가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허허"
아빠가 입원해 있는 동안 스마트폰에 브런치 어플(글쓰기 플랫폼)을 설치해 드려 내가 올리는 글을 읽을 수 있으시도록 해드렸었는데, 그 후로 아빠는 내가 글을 올린 날마다 "오늘 이야기는 저 할머니 얘기 하는 거 맞지!" 하고 글의 주인공을 찾으며 즐거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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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렇게 글이 줄줄 써지는 걸 보니 사는 게 전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어요. 2 병동 딸내미들은 몇 달 후면 이곳을 떠나요. 앞자리 할머니는 수술 회복 잘하셔서 식사도 잘하고 계신답니다. 아빠의 하루도 안녕하길 바라요. 욕조에 뜨뜻한 물 받아놓고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또 넘어지면 안 돼요! 일어날 땐 천천히! 아셨죠?
안녕하세요. 시사람, 함채윤입니다. 9월 15일.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있던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실버 간호사의 골든 메모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브런치 북에는 각 에피소드의 요약본들이 자리를 대신해줄 것입니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추가된 이야기들도 많이 있으니 전체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