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원더랜드 오타쿠걸 2장 : 일본 사회 속의 덕질 트렌드 3
일반적으로 오타쿠 대상의 프로모션을 했을 때, 오타쿠는 실제 그것을 구입하는데 비 오타쿠보다 3배 더 돈을 쓴다고 한다. 여러 업계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는 이미 마케팅의 수법 중 하나로 우리 일상 속에 깊이 침투해 있다. 여러 기업들은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인물과 콜라보를 검토한다. 일정 이상의 팬 층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서브컬처 콘텐츠 또한 예외가 아니다.
물론 단순히 제품의 패키지를 바꾸거나 특전으로 한정 굿즈를 끼워주는 등, 평소와 다른 플러스 알파로 고객의 주의를 환기를 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콜라보의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팬들의 생각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속적이고 매력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면 브랜드 자체의 호감도 상승 등 더 큰 효과로 이어지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서브컬처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면서, 일본에서 서브컬처 콘텐츠를 활용하는 콜라보레이션 사례는 넘칠 정도로 많아졌다. 그중에서 단순히 팬의 구매력만을 노린 일과성의 이벤트가 아닌 팬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덕잘알 사례를 픽업해서 소개한다.
먼저 언급했듯 콜라보의 주목적은 크게 인지 확대 / 미구입 고객층에 리치 / 구입 횟수 증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DARS(다스)는 1993년에 첫 출시된 일본 모리나가 제과의 초콜릿 브랜드.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스테디셀러이다. 이러한 스테디셀러는 인지도가 높고, 슈퍼나 편의점 등 웬만한 소매점에서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판매 채널과 인지도는 제품의 강점이지만, 때로는 극적인 판매량의 증대가 어렵다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 판매 경로를 늘이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매스미디어 광고 같은 방법이 유효하다. 하지만 스테디셀러 제품은 이미 일정 이상의 셰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나 판매 경로의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 자체는 이미 알고 있지만 평소 구매하지 않는 층을 대상으로, 구매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부여해야 하는 제품군이기에, 일반적인 상품과는 다른 관점으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DARS 역시 이런 스테디셀러의 과제에 고민하던 중, Z세대를 대상으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인기 콘텐츠와의 콜라보를 검토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일정 이상의 다운로드 수와 트위터 팔로워가 있는 콘텐츠로 '앙상블 스타즈!!'(이하, 앙스타)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DARS Perfect MILK Project”라는 이름으로 2022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콜라보의 내용은 3탄에 걸쳐 웹 광고 및 TV 광고, 옥외 광고 SNS 캠페인, 굿즈 증정 캠페인, 게임 내 연동 이벤트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실시되었다. 작중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fine(피네)'가 DARS의 앰베서더로서 제품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인상적인 점은 '앙상블 스타즈!!'라는 IP 전체가 아닌, 아이돌 그룹 'fine'를 단독으로 브랜드의 앰베서더로 기용했다는 점이다. 제품은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아이돌은 제품의 홍보를 전력으로 담당한다. 3D의 세계에서는 익숙한 구도이지만, 보통 2D콘텐츠의 콜라보는 작품 자체와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작 중 등장인물 일부를 내세우는 케이스 자체가 2D에서는 그리 흔치 않지만, 이 콜라보에서 2D와 3D라는 차원의 경계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했다. 최애가 가진 이미지를 기업 측에서 일방적으로 소모하는 것에 그치는 콜라보가 아닌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기획을 의식한 것이다.
결과, 가상 세계의 아이돌이지만 마치 인격체를 대하듯 브랜드를 존중하는 모습, 현실과 가상의 사이라는 팬들의 체험을 노린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호평을 얻었다. 이 콜라보는 관련 정보의 공개가 있을 때마다 트위터에서는 실시간 트렌드에 진입, 제1탄 진행 시에는 트위터에서는 발언 수가 전년대비 150%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또한 콜라보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련 팬덤 사이에서 브랜드 호감도 상승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그 이후로도 모리나가 제과 측은 '히프노시스마이크', '블루록' 등 유사한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성지순례 붐을 타고 일본의 각 지역, 관광 명소들이 오타쿠 층을 타깃으로 삼아 콜라보, 캠페인을 실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앞서 몇 번이고 다루었다. 성지순례와 같이 작품의 배경이 되거나 촬영지로 사용된 장소들이 일반적이지만, 작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장소가 오타쿠 층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도쿄에서 제일 높은 전망대, '도쿄 스카이트리'의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전망대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이 주 감상 포인트가 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방문 인증 사진과 덕질은 상성이 좋은 분야 중 하나이다. 최애의 사진이나 인형, 아크릴 스탠드를 배경과 함께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면서 스카이트리는 아예 이러한 덕질 촬영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전망대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 방문객의 덕질 촬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스카이트리는 '귀멸의 칼날', '조조의 기묘한 모험', '세븐틴' 등 인기 콘텐츠 IP와의 콜라보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형 패널, 영상 상영, 건물 외벽과 실내 랩핑 외에도, 콜라보 테마에 맞춘 야간 라이팅 등 전망대 내부와 스카이트리 주변 모두 팬들의 인증 욕구를 돋운다. 물론 특전이 포함된 입장권이나 한정 굿즈 판매 등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최근 스카이트리에서 실시한 기획인 '세계 최고 덕질 페스티벌(世界一で推し活フェス)'이 꽤 인상 깊었다. 특정 타이틀과의 콜라보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시대의 덕질을 응원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덕질의 이미지 소비 및 인증 문화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하나의 관광 명소가 덕질이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한 시도 자체도 신선하고 재미있지만, 최애 이미지 컬러, 꾸미기, 인증 문화 그 외 시대별 덕질 유행 등 최근의 덕질 문화에 대한 이해와 리스펙트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점을 특히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최애의 이미지 소비에 익숙한 Z세대 오타쿠들은 직접적인 콘텐츠의 소비가 없더라도 덕질은 즐길 수 있다. 늘 곁에 있는 최애의 존재와 즐거운 시간을 남기고 싶다는 오타쿠의 니즈를 반영한 이러한 기획은 앞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본에서 요즘 가장 핫한 덕질 장르를 알아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서점? 아니메이트? 레코드샵? 물론 전문점에서는 카테고리 안의 세부 장르들과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상위 콘텐츠의 인기가 체감되는 곳은 동네 편의점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덕질 관련 콘텐츠들을 어디든지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본이니 만큼, 동네마다 존재하는 편의점에서도 최신 콘텐츠의 콜라보 상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주로 제과, 음료 등의 콜라보를 자주 볼 수 있는데,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2개 이상 구입하면 특전을 하나 받을 수 있는 형태이다. 특전은 주로 아크릴이나 캔배지류, 클리어파일 등으로, 편의점 브랜드에 따라 실시 시기나 아이템이 겹치지 않도록 실시한다. 원하는 콜라보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특정 브랜드의 편의점에 일부러 행차해야 하는 것이다.
편의점은 남녀노소, 지역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매스 마켓이니 만큼, 마이너 장르보다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제품들의 콜라보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콜라보로 자주 활용되는 제과나 음료류의 식품은 편의점 상품들 중에서도 이익률이 30%~40% 정도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콜라보의 효용성을 높이고 재고 회전을 돕기 위해서는 특정 마니아가 지지하는 니치 한 콘텐츠보다 넓은 인지도와 두터운 팬 층이 필수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편의점에서 진행되는 콜라보는 대중성과 규모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요즘 정말로 흥하는 콘텐츠만이 편의점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의점 한정 콜라보 특전을 비롯하여, 콜라보 패키지의 제품이나, 편의점의 유통망을 활용한 오리지널 굿즈 판매, 이치방쿠지, 복사기의 인터넷 프린트 기능을 이용한 사진 등 엄선된 인기 콘텐츠들을 편의점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대부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인기 콘텐츠를 다루고 있지만, 복사기를 이용한 인터넷 프린트 서비스는 예외적으로 마이너 한 장르도 다수 취급하고 있다. 최근의 인터넷 프린트 서비스는 게임이나 다른 앱들과 연동되는 랜덤 QR 출력 등 재미 요소도 풍부해졌다.
그 외에도 점포 한정 음성광고나 최신 콘서트 티켓 등 최신 정보도 입수할 수 있으니, 현재 일본에서 어떤 덕질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는지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편의점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덕질은 모두의 생활 속에 있다.
출전 및 참고자료
https://www.morinaga.co.jp/company/newsrelease/detail.php?no=2277
https://twitter.com/skytreeofficial/status/1686340331422556160
https://www.skytree-navi.com/skytree-seventeen/
https://www.tokyo-skytree.jp/event/info/oshifes
月刊宣伝議会 2023年4月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