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의 이중성

by YOROJI

회사 소속의 나

한국에서의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회사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동료와의 관계 유지, 상사와의 의견 갈등, 유관 부서와의 크고 작은 논쟁들 —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그 일상에 균열을 내고 싶었다. 곪아버린 소속감에 염증이 났고,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은 완전한 자유를 꿈꿨다. 어느 부서의 누구가 아닌, 그저 '나'로 존재하고 싶었다. 그렇게 회사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뒤로 하고, 더블린의 자유를 향해 떠났다.


아일랜드에서의 나

소속이라는 단어가 답답하고,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하여 떠났던 내가 정작 그곳에서는 소속을 그리워했다. 29년 동안 살아온 한국이 아닌 낯선 나라에서 나는 의지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정보를 나누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연결망이 필요했다. 너무나 자유로운 아일랜드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불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소속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손을 뻗은 곳은 현지 어학원과 더블린에 사는 한국인들의 카카오톡 커뮤니티, 그리고 Meetup이었다.


안정감

비싼 학비를 내고 다닌 어학원에서는 친구들과 호스트 패밀리를 만났고, 카카오톡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 병원, 집 구하기, 더블린의 한국인 관련 뉴스 등 여러 소식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또 Meetup에서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더블리너들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쌓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낯선 땅에서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던 건 이런 다양한 형태의 '소속' 덕분이었다.

지금도 누군가 내게 유학을 준비하며 조언을 구하면 꼭 이렇게 말한다.

"소속은 생각보다 중요해요. 그건 단지 사회적 집단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에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혼자서는 너무 고달프니까요."


노력형

어쩌면 내가 아일랜드에서 만들어낸 소속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학교처럼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소속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모든 것을 노력으로 만들어야 했다. 관계를 맺는 일, 그리고 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은 매번 낯설고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소속은 때로 나를 구속하지만, 동시에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낯선 나라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 하나 생기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나는 속할 곳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법을 배웠고, 그것이 내가 깨달은 진정한 의미의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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