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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시 Apr 05. 2023

'임대충'을 알려준 건 어른들입니다

임대충(?)…무지를 넘어 올바른 가치관 정립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지나가며 하는 대화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된 적이 있습니다.

 

야, 너는 왜 너네 집 어디 사는지 말을 안 해 줘넌 우리 집 알잖아!”


질문을 받은 다른 남학생의 표정이 궁금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학생은 난감하단 얼굴로 겸연쩍게 웃어 보일 뿐 별다른 답을 안했습니다.


아씨 진짜 비밀 많은 새끼.”

 

또 다시 원하는 답을 못 들은 아이는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괜한 상상을 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집이 어딘지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분명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너네 집 전세야 자가야?”


이미 몇 해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서슴지 않고 친구들에게 내뱉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거주하는 집의 소유 여부를 궁금해 했을 리는 만무하니, 아마도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따라 물은 것이겠지요.


휴먼거지임대충과 같은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을 비하하는 초등학생들의 단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도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아이들이 이런 그릇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니까요.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에서 ‘부동산 지역별 계급도’라는 그래픽 이미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황족-왕족-중앙귀족-지방호족-중인-평민-노비-가축’ 등으로 강남구부터 지방의 기타 시군구들을 계급화해 나눈 이미지였습니다. 연도별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라 2019년 버전부터 2023년 버전까지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웃자고 만든 것이지만 분명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고 어느 정도 사람들의 인식엔 부동산 계급이 내제 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이 과거처럼 자연스럽기보단 개인의 프라이버시인 듯 물어보면 실례가 되는 질문이 되는 기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문득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위험한 선입견을 아무 거름망 없이 받아들이는 게 괜찮은 건지. 물론 판단을 내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먼저 부동산은 무엇이고, 자가는 또 전세는 무엇이며, 사람들마다 각자 사는 곳을 정하고 사는 방식을 정하게 되는 과정과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부터 제대로 한 후 판단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앞선 ‘이해’의 과정 없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선입견을 주입하고 있는 건 아닐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주식 이야기도 좀 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주식=도박’이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자리 잡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는 전화로 주식을 사고 파는 일을 잠깐 하셨습니다.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주식으로 떼 돈을 벌었다는 건너 건너 알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지며 주부들도 너도나도 주식에 뛰어들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 이렇게 남들 이야기만 듣고 우르르 몰려 다니는 투자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정확히 얼마인지를 모르나 꽤나 큰 목돈을 주식으로 잃으셨습니다. 그 뒤로 항상 저희에게 “주식은 도박이다. 절대 손도 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죠.


과연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뭘까요?

전 무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세나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을 비하하고, 주식을 도박으로 치부해버리는 행동은 제 기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몇 백 억대 자산가도, 우리가 이름 대면 다 알 법한 톱스타들도 전세를 사는 경우를 봤습니다. 임대 아파트 역시 정부에서 특정 기준을 만들어 이런 기준을 충족한 사람들에겐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를 운영하는데 득이 된다고 판단해 세금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국민으로서 당장 임대 아파트 주거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지 언정, 의료, 교육 등 기타 서비스를 국민들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모두 누리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치입니다. 


주식도 그렇습니다. 주식은 산업 경제와 금융 경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서 우리 경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기틀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선입견을 거름망 없이 물려받기 전에 최소한 우선 그 것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후 현실의 상황은 이러하지만,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개선해 가는 것이 너희의 역할이 될 수도 있음을, 또 아이가 어떠한 판단을 내린다면 존중해주고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지는 오해를 부르고, 사회적 갈등을 악화시키며 불신이 지배하게 됩니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해 결국 우리 모두가 손해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먼저, 엄마부터 제대로 경제를 바라보고 아이도 경제를 제대로 보고 판단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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