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vion

비행기에서 태어나면 평생 무료 항공권도 받을까?

항공계의 전설은 사실일까?

by 박지욱

하지만 32주 규정을 두고 좀 야속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 정도는 점쟎은 편이다. 승객들을 박대하기로 유명한 아일랜드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FR)은 28주차 임신부들에게도 담당의사의 보증서 지참을 요구한다. 다른 항공사들보다 한 달이나 빠른 편이다.


항공사들이 이토록 임신부들을 한사코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기내 출산 상황이 발생하면 비행기는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공항으로 긴급 착륙(회항)을 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과 다른 승객들의 불편감은 항공사가 감당해야할 엄청난 손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회항하지 않고 부득불 시내 출산을 하다가 만에 하나 산모나 아기에게 변고가 생기면 승객의 목숨보다 돈만 아는 항공사란 불명예를 뒤집어쓸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임신부의 탑승은 기껏해야 본전, 운이 나쁘면 쪽박을 뒤집어 쓰는 모험과도 다름 없을 것이다.


하여간, 이렇게 이중삼중의 차단벽을 쌓아둔 항공사들이지만 매년 한두 건의 기내 출산이 있다(전세계적으로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하늘에서 태어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조산 교육까지 받는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8년 1월에 대서양 상공에서 있었다.


파리를 출발해 뉴욕으로 가던 에어프랑스(AF) 소속 여객기에서 있었다. 승객 중 41세 임신부가 갑자기 진통이 시작되었고 기장은 4시간 남은 뉴욕대신 2시간 거리에 있는 아조레스 군도의 미군 기지로 회항을 고려했지만 다행히 기내에 있던 의사(비뇨기과 2년차 전공의)가 1시간의 진통 끝에 아기를 무사히 받아냈다. 그린랜드 남쪽 35,000피트(10.6킬로미터) 상공이었다.


자, 그런데 우리는 갑자기 궁금해진다. 비행기에서 태어난 아이는 항공사에서 평생 무료 항공권을 준다던데, 이 말이 사실일까?


우선 에어프랑스에서는 조산사 노릇을 한 의사에게만 감사의 뜻으로 샴페인 한 병과 여행 바우처(쿠폰)를 지급했다. 산모와 아기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는 소식은 없다. 하지만 일부 항공사들은 인심이 좀 더 후한 편이다.


1017년 6월에 있었던 인디아 국적의 젯 에어웨이스(9W) 의 경우 회항까지 하다가 착륙 전에 건강하게 출산한 아기에게 평생 무료 항공권을 선물로 주었다. 마침 기내에 있었던 간호사가 승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순산했다. 인디아 국적기 역사상 최초의 기내출산이었다.


평생 무료 항공권 선물은 당연하기 보다는 예외적인 경우로 보아야 한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평생 무료 항공권을 받은 경우는 2009년의 에어아시아(AK)였다. 이 승객은 2시간시간이라는 짧은 비행 구간에서 출산을 했고 큰 선물까지 받았으니 운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들은 선물에 인색한 편이다.


2016년에는 출산이 넘쳐 무려 5명 이상의 아기가 하늘에서 태어났다. 그해에 영국의 버진 아틀랜틱(VS)은 비행중 추가된 새 승객에게 21세까지만 적용되는 무료 탑승권을 선물했다. 필리핀의 세부 퍼시픽(5J)는 100만 마일리지를, 영국항공(BA)는 18세 생일에 쓸 일등석 무료 항공권을, 싱가폴의 제스타 아시아 항공(3K)는 1,000 싱가폴 달러어치 육아 용품을 선물했다. 하지만 터키항공(TK)은 선물을 없었고 산모와 아기를 병원에 실어다준 것이 전부다. 항공사들의 경영 수지 악화로 기내 출산에 대한 특별한 선물은 기대 안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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