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윤 Apr 30. 2023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 2

사람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편협하다. 예민한 양팔저울처럼 살짝만 건드려도 좌나 우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쳐버린다. 꼼꼼하다고 생각되면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 책임을 회피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내가 만든 평가의 잣대를 거쳐 엄격한 심사의 과정을 통과하면 비로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중간 지점까지 도래했다면 나는 양가적인 입장을 취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사람에게 감정을 드러내기를 포기했다. 탈곡하는 채반에 첫 단계부터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사실상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운영하는 필터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업데이트를 거쳐 최신화가 되었는지, 공평한지, 공정한지, 나는 필터를 꼭 쥐고 전쟁이 벌어진다고 느끼는 세상에 나가 내 몸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거르고 안전한 사람 곁에만 머무르려고 했다. 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게 두려웠다. 필터가 날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는 알았던 걸까 몰랐던 걸까, 나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에 고장이 나서 지쳐버림이 극에 다다라 완전히 정지해버리려고 했다.


난 군대에서 학대를 당했다. 생활관은 나보다 10개월 먼저 입대한 선임이 생활관장을 하고, 일이 개월 차이가 나는 선임들과 같은 생활관을 써야 했다. 처음 배정받은 생활관은 괜찮았다. 유 상병. 전역식을 보지 못했지만 그는 나는 웃긴 놈 취급하며 내가 곧잘 실수를 해도 보듬어주려고 했다. 두 번째 생활 실장 오 상병. 난 동갑내기 이 병사로부터 많은 학대를 당했다. 생활관에서 양반 자세로 앉아 어둠 속에서 후레시로 눈을 몇십 분가량 저격 당했다. 눈을 감아서는 안 됐다. 실수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부대에서 만든 부조리. 선임들만이 위 긴팔, 아래 반바지 조합이 허락되며, 후임들은 언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관등성명을 비상식적으로 길게 끌어, 이름 석자를 대는데 5초를 소요해야 했다. 새로 부대로 온 중대장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다. 이러한 부조리 분위기를 조성한 소대장, 당시 26세 정도의 혈기 넘치는 중위는, 책임지지도 못할 인생들을 자리 엉덩이 밑에 깔고 자기식대로 부대를 운영해 왔다.


나는 그 사이에 관심병사였다. 처음엔 목소리도 크고 이해력도 좋아 빠릿빠릿하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내게는 살아있던 자기주장. 나는 점점 후임을 깔아뭉개고 전혀 효율과 군인다움과 관계가 없는 부조리에 따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부딪히지는 않았다. 한 개월 선임 무리가 자기들끼리 편을 먹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후임을 따돌린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라면 굳이 지려고 들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규칙이 있다면 따르는 척 완벽히 따르지 않았다. 자기 전에 날이 쌀쌀해 생활복 위에 지급받은 군용 저지를 덧입은 날 상병장 무리가 내 생활관을 찾아왔다. 혼복을 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대에서 상병 밑의 혼복은 금지였다. 병사 사이의 부조리였다. 나는 애초에 의식도 하지 못했다. 추웠고 입었을 뿐이었다. 깨닫고 난 뒤에는 늦었다. 그런 사건들과 사고들로 인해, 나는 위장 군기(처음엔 잘하는 척하더니 고집이 세고 앞에서만 잘하려고 하는) 병사가 됐고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마음이 통하는 몇 병사들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저 무리들이 이상한 자들이라고. 그러나 오 상병의 언어폭력, 간접적인 신체 폭력, 한 달 선임들의 백윤 사냥은 지속됐고 난 버티지 못하고 다른 부대로 전입 갔다. 폐쇄된 시설에서 내가 의지할 것은 오로지 논리였다. 사람을 분간하는 필터. 안전한 내 자리 찾기. 내 행동이 정말로 잘못된 것인지 분석하기. 옳고 그름 경계의 파괴. 여러 가지가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실수했다간 또다시 선임들에게 끌려가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욕을 들어야 했다. 

작가의 이전글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 -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