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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일한 사대생 Jul 26. 2023

애정전선 이상 무




재수학원에서 재수생들은 연애를 안 할까?



답은 No!



그렇담 재수 기숙학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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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학원의 규칙은 일반 재수종합학원의 두 배쯤 다양하고, 또 구체적이다. 그중에서도 남녀 관련 규칙이 가장 엄격하다. 아무래도 20살 언저리 청춘남녀들이 같이 먹고 자고 24시간 내내 한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이슈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혼성 기숙사는 아니지만, 통학하는 학원에 비해 붙어있는 시간이 무지막지 길다는 것이 포인트. 거기다 철문 하나로 같은 건물 내 남녀 기숙사가 분리돼 있는 점을 제외하면 그 외 생활공간은 전부 함께 사용했다.  시절 학생들촌스러운 보라돌이 스머프 단체복을 입고 화장금지 규칙에 생얼로 돌아다녀도 사랑에 빠지기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엄격한 곳의 연애율은 어땠을까? 



역시 기숙학원이 일반 재수학원의

(어림잡아) 두 배는 된다. 



내가 다녔던 강남대성기숙학원 역시 여러 규칙이 전부 엄격했지만, 그중에서도 남녀 관련 규칙이 가장 엄격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남녀 접촉 금지]




작전명: 서로를 철저히 투명인간 취급하라!




가벼운 대화 금지, 필담 금지, 공부 도와주기&질문 금지, 눈 맞춤 금지, 떨어진 물건 주워달라 부탁 금지, 불만 말하기 금지(있으면 생활담임 통해서 전할 것)



연애&스킨십 당. 연. 히 금지



 그냥 쉽게 말해 남녀가 함께 있는 모습만 포착돼도 벌점이었다. 반성문이나 부모님 간청으로 회복이 가능한 다른 벌점과 달리 남녀 이슈로 두 번 걸리면 즉시 퇴소 조치됐었다. 소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그럴 거면 반도 남녀 분반으로 하면 될 것을 굳이 굳이 섞어서 반배정을 해놓고 매일 감시 레이더망을 켜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비효율적이다. 학교랑 달리 재수학원에서는 굳이 다른 성별과도 함께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체육대회 같은 단합의 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녀 성비가 딱 반반인 교실 중간에는 마치 선을 그은 듯 왼쪽 2줄은 여학생 자리, 오른쪽 두 줄은 남학생 자리였다. 보라돌이와 스머프가 절대 섞일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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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의 엄격함에 비례해 그 규칙을 어기고 싶은 마음 역시 커지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 재수생들은 이 엄격한 감시 레이더망을 어떻게든 뚫고 본인들만의 방법으로 원하는 이성과의 교류를 시도했다. 2년간 다양한 뻘짓들을 지켜봐 온 삼수생이 그들의 눈물겨운 3가지 연애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첫 번째 방법은 쪽지



클래식이다.

 대화를 막는다면 손으로 써서 마음을 전달하겠다!


공부하는 재수생에게 가장 남아도는 것은 바로 펜과 종이 아니겠는가? 최대한 평소 공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평온한 표정과 자세로 나의 님에게 전달할 내용을 종이에 적는다. 그리고 최대한 작게 접는다. 거듭제곱의 원리에 의해 6번 이상 접기 어려우므로 최대한 깔끔하고 티 나지 않게 5번가량 접어준다.



그리고 반에 있는 오작교, 까마귀와 까치들의 도움으로 건너 건너 쪽지 전달. 서로서로 도와주기 때문에 나도 언젠간 까마귀 까치를 자처해 품앗이를 해줘야 한다. 오늘따라 까마귀 까치들이 영 시원치 않다! 싶을 때는 급식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자리에 잘 놓아두거나, 지나가면서 몰래 슥 건네면 된다. 이 경우 수신자와의 마음이 동일하지 않다면 교무실에 바로 신고당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하기!






두 번째 방법은 휴가 활용



쪽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눈빛으로 애틋한 썸까지 충분히 탄 남녀는 이제 다음 휴가를 애타게 기다린다. 아무리 규칙이 엄격한 이곳이라도 외부로 나갔을 때의 행동까지 감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 기간만큼은 '나도 이제 어른이햐~'하는 마음가짐으로 데이트를 즐긴다. 가끔 집에는 잔류를 예고해 두고 학원에는 휴가를 신청해 첫 데이트부터 1박 2일의 형태를 띠는 급진적인 재수생들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사각지대 찾아내기


이쯤 되면 거의 쉬는 시간 종이신문 쟁탈전 때만큼이나 애처롭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재수생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작은 손선풍기 하나쯤은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휴가 이후 학원에 와서도 연애 전선이 끊기면 안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CCTV 사각지대와 생활담임 배치 시간표& 위치를 파악해서 서로서로 공유했다. 그렇게 엄격한 감시 와중에도 정말 신기한 건, 사각지대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재수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각지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데이트를 했느냐 하면...


->체력단련실과 급식실 사이 올라가는 작은 계단

(시간대 상관없는 거의 유일한 완벽 사각지대)



->급식실 뒤편에 있는 작은 화장실

(거의 급식실 직원분들만 사용하라고 만든 곳)



->일요일 종교활동 시간에 기독교 아니어도 참여해 CCM 부르기 데이트 (데려다줄 때까지만 감시하고 종교활동 진행하는 1시간 동안 생활담임은 퇴장했다)



->비상계단 복도에 반층 걸쳐서 대화하기

(한 CCTV에 안 잡히고 두 개의 CCTV 화면에 나눠 잡힘, 그리고 CCTV에는 소리가 안 들어감)



-> 새벽에 기숙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만나기

(이 정도는 1번의 재고 기회도 없이 즉시 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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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은 아니었어도 나름 모범생은 맞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부득부득 규칙을 어기는 동료들을 솔직히 좋게 보진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고도 재밌는 건, 그렇게 부득부득 규칙 어겼던 학생들이 전부 입시에 실패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연애와 입시 성공 여부는 비례도 반비례도 찾기 힘든, 연관성이 거의 없는 각각의 독립시행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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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성이 있는 건 오직 하나,


'그때 사귀던 커플이 지금까지(6년 후) 사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슬픈 사실뿐이다.







#삼수생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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