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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일한 사대생 Aug 12. 2023

내 견고한 고독에게




  재수생활은 고독하다. 그리고 오직 그 고독을 견고히 견뎌낸 자만이 그로부터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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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활은 고독하다.


살면서 겪어본 적이 없는 레벨의 고독함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학창 시절부터 '나는 원래도 친구 없이 살았는데요?' 하는 사람이라도 예외는 없다. 아무리 중고등학생 때처럼 똑같이 친구가 없어도 낌이 다르다.


항상 북적북적한 상태로 각종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고등학교와 달리 재수학원은 기본적으로 텐션이 낮다. 그리고 (학교에 비하면) 정말 조용하다. 종이신문 서로 읽겠다고 줄 서는 곳이라니까?



거기다 학원에서 수백 명의 재수생 동지들과 함께 생활해도 내 상황, 내가 하는 고민과 똑같은 입장인 사람은 찾기 어렵다. 생활담임, 학과담임을 찾아가 상담을 해본다 한들 그들도 역시 내 고민을 100% 찰떡같이 이해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손사래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는 진짜 심각한데 말이지!



 외향형, 소위 Mbti E형인 학생은

이럴 때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귄다.


 본인을 감싸는 고독함을 친목으로 달래 본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쟤네는 언제 관리자분들이랑도 친해졌대?' or '대체 쟤는 저 이과반 애들이랑은 어떤 연결고리인 거야?' 싶은 미친 인싸력을 자랑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후에 속얘기 하는 걸 들어보면 마음 한 켠에는 고독을 품고 있다.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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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는 고독을 응축했다.

고독을 견고히 했다.

견고해진  고독을 즐겼다.

혼밥을 즐기는 내향적인 성향도 이 시절 생겼다.




 누구랑 친하게 지내더라도, 결국 이 고독감이 입시 완결 전까지는 절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재수시절 이미 완성됐던 까닭일까? 삼수 시절에는 정말 거의 말을 안 했다. 일부로 더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습관이 되니 오히려 그게 편했다. 


(아무래도 기숙학원 특성상 룸메이트랑 말을 안 트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룸메이트랑은 친하게 지냈다. 룸메이트와는 무조건 잘 내면 지낼수록 좋다.) 


또 아주 가끔 반에서도 대화를 나누는 상황은 일어났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지속가능한 친목은 오히려 수능이 끝난 후, 대학과 대략의 진로가 정해진 후에 폭발적으로 많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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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을 괴롭게 하는 것은 어쩌면 고독함이 아니다.

이 고통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그 착각, 그것이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본인을 압도하는 듯 한 고독함에 잡아먹히지 않길 바란다.




그 시절 견고한 내 고독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삼수생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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