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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아빠 Jul 04. 2024

뛰다

십 수년간 이어오던 근력 운동을 어느 순간 놔버렸다.

지쳤고 지겨웠다. 

출근하며 했던 그날 운동에 대한 다짐은

퇴근 무렵 오만가지 핑계들에 덮여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땀 흘리기를 거부한 지 넉 달 정도가 지나고 나니 

둔해진 몸뚱이는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허리도 아팠고 어깨와 목 주변의 통증이 심해졌다.

개운하게 잠을 자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은 움직여야 했다.

특별한 준비과정 없이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뭘까?

퇴근 후 광화문 광장을 거닐던 중 그 답을 발견했다.

러닝.

삼삼오오 모여 그날의 크루를 결성하여 

단체로 광화문과 서촌 일대를 무리 지어 달리고 것을

보는 일이 흔하게 됐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엔 아스팔트가 젖었음에도

그 에너지와 활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지만 내 나이와 극'I '인 성격을 감안하면 그런 크루는 거절해야 마땅하다.(껴주지도 않겠지만.)

유튜브로 러닝을 검색하니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러닝을 권장하고 정보를 전달하려 애쓰는 메시지의 핵심은

'일단 뛰라'였다.

순발력도 없고 둔한 몸뚱이도 선임이던 지난 군시절을 기억해 냈다.

급격히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점호 전에 매일 한 시간씩

연병장을 뛰어 3개월 만에 10 킬로그램을 감량했던.

운동에도 정보가 필요하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몇 개의 채널을 구독하고 다치지 않고 오래도록 뛸 수 있는 노하우를 정리했다.

그렇게 집 앞을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차면 잠깐 걷더라도 빠르지 않아도 시간을 채워 꾸준히 뛰었다.

아픈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며 무리하지 않았다.

어떤 운동이든 흥에 겨워 욕심내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에 4~5번 달리기를 이어온 지 석 달이 됐다.

페이스가 좀처럼 늘지는 않았지만, 킵초케처럼 뛰는 건 영상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 속도를 갖춰 뛰는 것이 중요했다.

운동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넓어진 보폭, 꼿꼿해진 허리 그리고 사라진 목 주변의 통증이 그 반증이다.

목표했던 쉬지 않고 10킬로미터 뛰기도 성공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조금씩 시간과 거리를 늘리고 

무리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제는 시간을 좀 늘려 리듬감 있게 즐기며 

뛰는 것이 새로운 목표다. 

사는 것도 그렇겠다.

내 속도를 맞춰가면서 다치지 않고 인생을 완주하는 것.

마지막엔 아프겠지만 짧고 굵게 아프고 말리라는 다짐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러닝 #조깅 #달리기 #인생은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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