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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아빠 Oct 13. 2023

나의 북유럽 사진 여행기 #3

센야섬 (Senja, Norway)의 낮과 밤

노르웨이는 깎아질 듯 절벽을 이룬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피오르(fjord) 지형을 갖고 있다. 피오르는 그 옛날 빙하로 말미암아 생긴 U자 모양의 골짜기에 빙하가 녹아 해안선이 상승하고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생긴 지형이라고 한다. 트롬쇠 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세 시간가량 떨어진 센야섬은 지구답지 않은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우린 봄, 가을에나 해야 할 트래킹을 한다.

절벽 같은 산맥이 바닷길 사이로 휘어지며 끊어질 듯 이어졌고, 봉우리마다 가득 쌓인 눈으로 장관을 빚어냈다. 영하의 날씨에도 그득히 쌓인 눈 덕에 조금만 이동해도 땀범벅이 됐다. 오슬로행 비행기에서 만난 콧수염 Alf의 말이 떠올랐다. 쌓이고 녹고 쌓이고 녹는 것의 반복이니 허벅지까지 눈에 들어가도 눈의 깊이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은 낙상을 피하기 위해 빙 돌아 오르고, 대장이 이동하며 만들어준 길을 따라 낮은 포복을 섞어서 오르니, 얼마 가지 않아 입에서 단내가 났다. 그렇게 몇 시간을 오르고 나서야 협곡 사이사이에 바다가 있는 피오르의 진면목을 만났다. 세상에나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나 듣던 지형의 실체를 내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다. 눈 밭에 누워 숨을 고르고 주머니에 넣어온 콜라와 쿠키로 당을 충전했다. 분명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늘 한켠에 노을이 어린다. 북극권의 겨울 해는 진심으로 완만하고 짧았다. 발아래 놓인 바다와 핑크빛으로 물든 구름, 저 너머까지 이어진 산맥들을 돌아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각보다 어두워 카메라 감도(iso)를 올리고, 셔터 속도는 간신히 흔들림을 참아낼 수 있을 만큼 낮게 설정하고 풍경을 담았다.

내려오는 길은 엉덩이 미끄럼 타기와 걷기를 병행하니 올라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하산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패딩바지의 엉덩이가 찢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밤이 되어 아침에 올랐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 하늘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낮과 달리 별들이 하늘을 꽉 메웠다. 그믐이라 달이 없는 하늘에 총총이 박힌 별빛은 쌓인 눈에 반사됐다. 한국에서 은하수나 별 사진을 찍으려면 광(빛) 공해가 없는 곳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좁은 땅덩어리에 그 어디를 가더라도 가로등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이를 피해 산등성이 하나를 넘으면 민가에서 올라오는 빛이 따라와 하늘을 가렸다.  

반면, 이곳은 차를 타고 약간만 외곽으로 나오더라도 카메라를 방해하는 빛도 사람도 찾기 어렵다.

그 풍경이 주는 느낌은 지금 떠올려봐도 묘하고 따뜻하다.

달 없는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했고, 그 빛을 받은 산과 바다의 조화는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오전 트래킹 중에 생긴 무릎 통증과 밤 촬영 시작부터 고장 나버린 삼각대(정확히는 볼헤드)로 상심했지만

실망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심정으로 이리저리 볼헤드가 고정되는 위치를 잡아 풍경을 담았다(동료들은 홀로 허둥지둥하는 나를 보고 저 양반 왜저러나 싶었단다). 그런 노력을 하늘이 알아줬을까? 산과 별하늘 사이로 녹색 빛이 스며든다. 그것은 바로 오로라다! 산맥과 구름 틈새로 작지만 그 강렬한 자태를 보여줬다. 무릎 통증이나 삼각대 고장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사진이 아닌 눈으로만 담아도 가슴 벅찰 순간이다.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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