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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남매아빠 Oct 13. 2023

나의 북유럽 사진 여행기 #2

겨울왕국으로 (Oslo, Norway)



한국에서 목적지인 노르웨이 트롬소로 향하는 직항이 없다. 심지어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로 향하는 직항 또한 코로나로 중단된지 한참이다. ‘인천-히스로(영국), 히스로-노르웨이 오슬로, 오슬로- 트롬소’로 비행기를 세 번 타야한다.

영국 런던까지의 비행 역시 러시아 전쟁으로 빙 돌아가야 해서 두 시간이나 더 걸린다. 그나마 국적기를 타고 옆자리가 공석이어서 버틸만 했다. 하지만 경유지인 영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하는 비행기는 연착으로 인해 한 시간을 더 대기해야 했다. 브리티시 에어라인의 좌석은 앞좌석 등받이에 무릎이 꽉 끼어버린 덕분에 체구가 큰 서양인들의 여유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부서졌다. 오래된 기체와 터프한 승무원들의 지휘로 빠른 탑승은 이뤄졌지만 비행기 안에서 영문도 모른채 두 시간이나 더 대기를 해야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대한항공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이럴 때만 발현되는 애국심인가?

한 좌석 넘어 복도 쪽에 앉은 풍채 좋은 흰 콧수염의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Photographer?”

가방옆에 붙은 삼각대를 보고 내가 사진가인것을 알아봤다는 이 양반은 매년 극지방을 정기적으로 찾는 사진가 겸 생물학자였다.(이름은 Alf 다) 나의 목적지를 물어보고는 친절하게도 구글맵을 꺼내서 노르웨이에서 꼭 가봐야할 곳을 짚어준다. 노르웨이의 눈은 쌓이고 녹기를 반복해서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 어딜 가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은 통하게 마련인지, 명함을 건네 주며 북유럽의 사진을 찍으면 자신에게도 보내달라고 한다. 짧은 영어로 긴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거니와 피곤이 쌓여 자연스레 각자의 자리에서 에어팟을 끼고 잠을 청했다. 오슬로에 도착하고서야 연착의 이유를 알았다. 갑작스런 폭설로 활주로를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노르웨이의 첫인상은 북극권 답게 온통 하얗게 눈덮힌 활주로가 다했다. 폐로 스며드는 얼음장 같은 공기로 바로 두툼한 대장패딩을 꺼내입고는 이제야 한국이 아님을 실감한다. 공항에서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이튿날 먼저 간 일행과 합류하여 트롬소로 향했다. 대장은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리보다 앞서서 아이슬란드에서 한달, 우리가 합류하는 트롬소에서 보름, 이동 기간까지 감안하면 이미 두 달 가까이 객지에서 보내고 있을 터였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게이트를 나서니 대장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전에 봤을때보다 길어진 머리에도 눈빛만은 여전히 초롱초롱했다. 도착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극권의 극야답게 이미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밤중 이었다. 렌트카를 찾아 짐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트롬소 시내를 벗어나자 가로등과 헤드라이트만이 인적없는 길을 밝히고 있었다. 겨울왕국 원정대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이 곳에서 우리의 행선지는 어느 곳도 정해진 바 없었다. 염두해 둔 포인트는 있지만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이동하면서 사람을 만난 일은 마트나 주유소에 갈 때 정도 외에는 없었다. 장소를 정함에 있어 기온, 눈, 바람 등 기상정보의 변화에 따라 목적지는 수시로 바뀌었다. 따뜻하면 춥고 눈이 오는 곳으로, 때로는 하늘이 활짝 열리는 곳으로, 오로라 출몰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우리는 일정 내내 그렇게 진로를 예측하고 수정하며 오직 사진을 담기위한 여정을 이어갔다. 언제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 몸의 일부처럼 카메라와 렌즈를 지니고 다녔고, 삼각대는 잠잘 때 숙소를 제외하면 렌터카 트렁크에서 나온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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