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go to work for working
내일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어 강남역 쪽의 한 헤어숍으로 헤어모델을 하러 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효율을 생각하면 그 당시 시급 약 6000원 정도의 낮은 시급을 받는 알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난 수학 과외를 하며 고급 알바들을 찾아서 추가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헤어모델이었다. 프랑스에 있는 로레알에서 프랑스인 디자이너가 내한해 한국의 헤어디자이너에게 알려주는 헤어 쇼를 하는데 헤어모델을 모집하는 거였다. 지원을 했고 면접을 가니 얼굴형, 피부, 헤어 상태 등 까다롭게 평가를 했고 많은 여자분들 중 나를 포함 세 명이 뽑혔다.
며칠 후 염색을 하는 날 5시간 동안 투톤 염색을 받고 주어진 약병같이 생긴 유리병에 든 샴푸와 컨디셔너를 일주일간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헤어쇼 당일 프랑스에서 온 디자이너 파스칼은 나를 보고 내 얼굴 형에는 단발이 잘 어울린다며 중간 기장 컷 예정이었던 나에게 단발을 물었다. 항상 긴 기장을 유지하던 나는 짧은 단발을 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했으나 단숨에 오케이를 했다. 이렇게 유명하고 전문적인 디자이너한테 단발 커트를 받을 기회도 드물 거고 자신을 믿으라며 예쁘게 해 주겠다니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헤어쇼에서 커팅은 내 머리를 한 20 부위로 나누어 엄청나게 세부적으로 잘랐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났다. 엄청나게 예술적이고 세련된 커트머리가 되었다. 파스칼 말 대로 그 머리는 나중에 길어서도 계속 예뻤다.
그날 두 시간을 일하고 받은 일당은 35만 원이었다. 대학생 신분에서는 정말 고급 알바였고 오히려 돈을 받으며 내가 엄청난 헤어 케어를 받은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깨달은 것 같다. ‘일’은 하나의 놀이이고 돈을 받음과 동시에 배움 또는 이익을 얻는 ‘일석이조의 thing’이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이십 대, 십 년 인생에서 돈을 내고 머리를 한 건 손을 꼽을 수 있다. 딱 세 번.
1. Inny언니 남동생이 헤어디자이너라 양재 쪽에 머리를 받으러 가서 했었다.
2. 옆머리가 좀 길어서 동네에 지나가다 앞머리 컷 1000원을 보고 들어가 긴 옆머리인 앞머리를 잘랐다.
3. 카타르로 가기 전에 나의 화려한 발레아쥬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혀 앞으로 승무원 라이프를 위해 톤다운 염색을 했다.
헤어모델은 호주와 아일랜드에 살 때도 꾸준히 헤어를 바꿀 때마다 했는데 아일랜드에서 네 번은 했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한 번은 로레알 아카데미의 실제 클래스에서 헤어모델을 하며 학생들과, 그 아카데미의 환경, 선생님 등을 볼 수 있었다. 끝나고는 로레알 헤어팩, 헤어크림 등도 큰 통으로 받아 한국 오기 전까지 아주 잘 썼다. 더블린의 어떤 작은 동네의 헤어숍은 유럽풍, 공주풍이 나는 곳에서 애쉬그레이로 염색을 받았던 생각이 난다.
돈을 받으며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꽤 많다. 하지만 헤어모델 알바는 일부에 불과했고 대학생 시절 방학과 명절 대부분은 백화점에서 행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이 약 만원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일이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궂은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멋있다는 것이다. 내가 항상 여러 아르바이트들을 하며 발로 뛰며 다양한 분야의 일과 상황을 경험하고 나니 어딜 가든 나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웨이터, 건물에 청소를 해주시는 분, 판매하는 직원 모두가 같은 사람이고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하며 대하게 되었다. 그때는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 나의 삶은 더 풍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살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It was tough at that time but it made my life rich now.
그리고 입사한 회사들에서도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 회사에 내가 도움이 되고 일이 편해졌을 때, 떠나야 할 때이다.
절대 일하러 출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놀러 출근을 해라,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까. 오늘은 무엇을 새로 배울까.
(사진의 헤어는 한국에 돌아와 광화문에 있는 삶의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 미용실 야드 YAAD에서 새힘 디자이너에게 헤어모델을 하며 케어 받았던 춤이 잘 춰지는 레이어드 컷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