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y life value

우연히 만난 스님께 받은 선물

Temple stay in Haeinsa

by Lizzy Lee 리지 리



“주변 환경과 내 의지” 이 두 가지가 누군가를 만나 이어짐을 결정한다. 그 누군가는 당신의 귀인일 가능성이 높다. 스님을 우연히 만났지만 환경이 절이었고 스님과 인사만 하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깊게 소통을 하게 된 건 나의 궁금증과 흥미라는 내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이 산속으로 떠났다. 나는 동생을 데리러 엄마와 둘이 산으로 떠났다. 그 산은 바로 가야산이었고 그곳에는 한국에서 명성 높은 해인사라는 절이 있었다. 가는 김에 둘 다 해 보고 싶었던 템플스테이를 하루 하기로 했다. 우리는 해인사의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처음으로 했다. 공양 시간 외에는 선택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 자유로웠다. 108배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공양(供養) : 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


해인사


안갯속 산에서 산신령이 나올 것만 같았다. 첫날 도착해 설명을 듣고 저녁 6시에 공양을 했다. 공양 후 주변 계곡, 절을 산책했다. 그리고 밤 9시에는 소등이어서 일찍 들어와 샤워를 하고 독서를 했다. 책을 가져왔는데 이미 숙소에 비치된 책도 많았다. 낮에 해인사 북카페도 봤는데 내일 들러 책 한 권을 꼭 사야지 하고 생각했다. 책장을 덮고 불을 끄고 계곡 물소리, 개구리 소리,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모기장을 친 큰 문을 열어놓고 산바람을 에어컨 삼아 계곡 내음을 맡으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절에 사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반겨주었다. 새벽 4시에 108배는 하지 않았지만 아침 6시 공양을 하기 위해 아침 먹는 곳(공양간)으로 산속을 지나 10 분을 걸어갔다. 밥 먹으러 가는 길이 꽤 멀었지만 푸르른 자연이 아름다웠다. 집에서는 주방까지 10초 거리인데 여기는 공양하는 곳까지 10분이 걸리니 이것 또한 수련인가. Live in practice.




원래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지 않던 터라 가볍게 조금만 먹고 먼저 나와 아침(나에게는 새벽) 산책을 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것 같았는데 그 역사가 바로 여기 있다니 경이로웠다. 팔만대장경판 앞에 설명 문구를 다 읽고 주변을 서성이다 해인사 메인 절로 보이는 공간으로 갔다. 그런데 많은 스님들이 차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머리 스타일도 옷도, 신발도 똑같았다. 나올 때 신발을 어떻게 구분할까 궁금하여 신발에 조금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신발 앞에 하얀색으로 무늬를 표시해 놓았다. 난 개인적으로 왕관 그림이 맘에 들었다. 저 브랜드를 좋아하시나 아니면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던 스님일까.




해인사 메인 절에 스님들이 벗고 들어간 신발들



*저는 절 건물을 뭐라고 부르는지 몰라서 해인사의 가장 큰 가운데 있는 건물을 메인 절이라고 표현했어요. (알아보니 장경판전 앞 메인 절이 ‘대적광전’이라고 하네요. )



*장경판전 : 국보 제52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 : 국보 제32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대적광전 : 경남 유형 문화재 제256호


대적광전 안에서의 뷰


그리고 나는 해인사의 메인 절 공간인 대적광전 그곳 주변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써진 곳도 기웃거리며 저 속에는 뭐가 있을까 스님들이 사는 곳인가 궁금했다. 그렇게 혼자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두 스님을 만나 인사를 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궁금했던 질문들도 해 보았다.


스님들 “다들 어떻게 스님이 되시는 거예요?”

다 전국에서 다양한 이유로 왔어요. 다양한 연령대에 다양한 직업군에서 왔어요. 나는 젊었을 때 무술이 멋있어 보여서 왔고 이 옆에 스님은 해탈을 위해서 왔다오. 하하하


스님 “왜 다 남자 스님들 뿐이죠?

여자 스님도 있어요. 남자 승려를 비구 여자 승려를 비구니라고 해요.


요가에서도 요기, 요기니라고 하는데 비슷하네요.


스님과 얘기를 계속해보니 요가는 종교가 아닌 인도 철학이지만 불교에서도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며 비슷한 점이 많았다. 스님이 요가를 왜 하는지 물었다. 처음에는 척추측만증을 교정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하다 더 수련하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불교를 공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했다.








서서 얘기를 하다 스님은 함께 차를 마시자고 했고 초대된 곳은 아까 궁금했던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써진 곳이었다. 아름다운 한옥 안에는 해인사 경치와 안개 낀 산이 보였다. 그 안에서 과일을 내주시는 스님도 있어 신기했다. 스님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삶과 인생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이야기. 스님도 사람이고 절 생활 또한 삶이었다. 그 안에서 불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산통을 깨는 사람도 있고. ‘산통 깨다’라는 표현을 처음 배웠는데 대나무 통에 번호를 넣고 뽑는 거라고 하셨다. 번호를 뽑힌 스님이 경전 내용 중 주제를 정해 토론을 한다고 했다.




오룡차, 블루베리 아닌 포도, 참외 그리고 사과



스님들에게 불교와 절문화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나의 경험들도 나누었다. 스님이 나에게 초등학교 정도의 불교 지식이 있으니 앞으로 읽어보라고 중고등학교 수준의 불교 성전을 선물로 주셨다.



What a surprise gift!




환경과 적극성이 있으면 귀인을 만나게 된다. 책 선물을 주시는 스님께서 나의 미래와 과거가 보였다. 내가 가능한 능력 안에서 누군가에게 저렇게 나눠주는 사람이 될 것 같고 호주에서 한국 오기 전 날 스케이트보드를 어떤 소년에게 주고 왔던 기억이 스쳐갔다. 조그만 것을 나누더라도 큰 의미가 있다. 삶의 큰 의미이다.




스님을 만나서 재밌게 얘기해서인지 불교도 아니기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던 절 문화가 템플스테이가 끝날 때쯤에야 좀 익숙해졌다. 그냥 하루 절에서 자고 가는 단순한 템플스테이 일 수도 있었지만 스님을 우연히 만나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영혼을 정화시키는 대자연 산속을 떠나 나는 다시 도시로 올라왔다. 귀한 인연은 서로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어디에 있던 자유롭다. 내가 받은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해인사를 갔다 온 추억일뿐더러 앞으로 살아갈 삶에 큰 보탬이 될 힘이다.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브런치도 ‘환경’이고 이 안에서 글을 읽고 쓰며 소통하는 ‘내 의지’가 있기에 독자라는 귀한 인연들을 만난다. 자신이 원하는 환경으로 들어가 마음을 열고 흥미를 가지면 좋은 인연, 귀인이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경험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저의 귀인들이며 어디에 있던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Freedom is found when we let go of who we are supposed to be and embrace who we really are as existing with our own body, heart, mind an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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