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isk, No chance
서핑 초보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
두렵다. 수영을 잘하지도 서핑을 잘하지도 못한다.
두근거린다. 큰 파도도 내 앞에 올 때쯤이면 작아질 것을 알고 바로 앞에 있어도 넘실 넘어버리거나 서핑을 하고 타고 가면 된다.
태어나 세 번째 입문 수업을 들으러 이번엔 부산 다대포를 갔다. 일 년에 한두 번 해서 그런지 나에게 서핑이란 해도 해도 안느는 평생 초보 종목이었다.
이 전엔 호주(Manly beach), 아일랜드(Donegal)에서 서핑을 처음 시도했었다. 서핑보드 방향을 파도와 수직으로 맞추어 준비를 하기는커녕 밀려오는 파도에 통돌이만 경험했었다. 이때 서핑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난 마치 세탁기 속 빨래가 된 느낌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부산(송정), 양양(인구), 제주도(중문)에서 서핑을 다시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나는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스노보드도 타고 운동도 좋아하는데 서핑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단순히 운동신경만 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서퍼들이 건강한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파도를 볼 수 있는 눈, 그것을 잡을 준비와 타이밍을 아는 감각 여러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바다 위 서핑보드 위에 엎드려 저 뒤에 밀려오는 파도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파도는 우리 모두에게 계속 동등하게 다가오는구나. 마치 삶에서 기회들이 우리에게 동등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하지만 모두가 그 기회를 볼 수 있은 눈을 갖고 있지는 않고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을 알진 못하다. 아무리 기회를 알아차렸다 해도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기회의 파도를 타진 못 할 것이다.
서핑을 한다는 것, 서핑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탄다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굉장히 어렵다. 일단 파도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시작부터가 쉽지는 않다. 사실 그전 서핑보드를 들고 가는 것부터가 좀 무겁긴 하지만 그건 괜찮다. 물에 들어가면 서핑보드를 띄워 파도와 수직으로 두고 파도가 지나갈 때 뒷부분을 눌러주어야 한다. 밀려도 다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일렁이는 파도들을 뚫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첫 시작은 무엇이든 두렵다. 첫 서핑을 했을 때도 다가오는 파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몇 번 물을 먹고 나니 서핑보드로 파도를 넘는 스킬이 생기고 다가오는 웬만한 파도가 괜찮았다. 파도를 넘으며 삶을 느꼈다. 무엇이든 처음에는 두렵고 넘어지더라고 다시 일어나 시도하다 보면 점점 더 나아진다는 것을. 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즐기기 전에 서핑보드를 들고 거친 파도를 헤쳐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지금 내 다리는 서핑보드에 박았는지 멍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초보 서퍼이다. 프로 서퍼가 아닌 아직 초보 서퍼여도 더 나은 초보 서퍼가 되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발전한 내가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 파도를 맞으면서 그동안에도 나도 모르게 파도에 점점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동안 나의 쌓인 경험들과 다대포에서 만난 최고의 강사진분들과 적당한 파도 덕분인지 기적처럼 열 번도 훨씬 넘게 서핑보드 위에, 파도 위에 설 수 있었다.
서핑도 사는 것도 다 어렵다. 어렵고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지금 이 과정이 좋고 내가 하고 싶기 때문이다. 파도에 휩쓸리고 다리에 멍이 들었어도 또 서핑을 하고 싶은 이유도 그냥 좋아서이다. 천천히 더 나아지는 내가 되어가는 것이 재밌다.
그리고 따뜻해 보이는 물속 발밑으로 찬물이 쓱 들어온다. 달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 순간을 느낀다. 또 파도가 쳐오고 난 그 삶의 파도를 즐긴다.
You can’t stop the waves,
but you can learn to surf.
Extra wave,
호주 소녀들에게 배운 거대한 파도가 다가올 때 Tip
시드니에 살며 매 주말 바다를 갔다. Maroubra Beach에서 놀던 중 점프로는 넘어갈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다가올 때 소녀들은 파도 밑으로 사라졌다. 그 소녀들에게 배운 방법을 공유해 본다.
양손을 쭉 뻗어 모은 후 파도가 다가옴과 동시에 파도 속 밑으로 다이빙을 해서 모래를 움켜잡으라는 것이었다. 그런 후 올라왔을 때에는 파도는 지나갔다. 가끔 그냥 점프해서 즐길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는 그냥 그 파도 깊숙이 빠져 고요한 공간을 찾고 지나간 후 올라오면 된다.
삶도 그러하다. 역경이 몰려올 수 있다.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으면 점프를 해 두둥실 느껴준다. 하지만 점프를 하기엔 감당이 안 되는 머리 위로 높은 파도가 몰려온다면 다이빙을 해 깊숙이 밑으로 들어가 보자. 무서워 보이는 파도 속에서도 고요함을 찾을 수 있다. 역경 속에서도 그 속에 모래알을 움켜쥘 수 있는 강인함이 있다. 파도가 흘러가는 것처럼 힘을 빼고 흘려보내는 연습도 필요하다.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이 있는가? 파도처럼 흘러가리라. 그리고 여러분에게 용기와 좋은 에너지가 파도처럼 흘러 들어가리라.
Feelings are much like waves. We can’t stop them from coming, but we can choose which one to surf.
When the wave of life, crash down on you, pick yourself up, get ready for the next one, and ride it like you own it.
파도같이 제 글이 다가가 행복한 일요일 보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