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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Feb 18. 2022

첫 비행, 여권을 두고 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OSL -> LHE


오슬로 비행이 리무브 되고 갑자기 파키스탄 라호르 턴어라운드 비행과 다음 날은 트레이닝 스탠바이로 스케줄이 바뀌었다. 인도인 플렛 메이트에게 파키스탄 비행에 관해 물어보니 인도인은 파키스탄 비행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은 가보지 않았지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많이 배울 거라고 했다.



오슬로 비행을 준비했었는데 갑자기 가게 된 파키스탄 비행을 부랴부랴 준비했다. 보잉 777-300 HD, 가장 콤팩트하고 큰 하이 덴시티에 로드는 풀 이상의 오버부킹이었다. 존도 가장 많아 헷갈리는 기종이었다.


*로드 Load : 가능한 좌석 중 승객들이 예약한 비중. 풀 로드 = 만석


*HD = High density




첫 두 번의 옵저버 비행은 언페이드라 오히려 긴 레이오버 비행보다 턴어라운드로 바뀌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오버부킹에 최악으로 소문난 파키스탄 비행을 첫 비행으로 갑자기 받게 되어 힘든 상황도 경험하며 많이 배우자고 생각했다.


*옵저버 Observation 비행 : 첫 두 번의 견습 비행

 오퍼레이션 Operation 비행 : 옵저버 후 직접 일을 하는 비행



전날 밤, 턴어라운드이지만 트롤리에 여분의 유니폼, 에이프론, 파우치 그리고 서류들을 준비했다. 승무원 멤버 증명서, 백신 증명서, 특별 허가 증명서 등 여러 서류들을 정리해 준비했다. 짐을 다 싸고 알람을 트레이닝 때보다 더 여유롭게 준비하기 위해 일찍 맞추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한번 오늘 비행할 기종과 서비스를 공부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끝내고 그레놀라와 요거트로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그래 오늘 비행 갔다 오늘 저녁에 오니 살아서 돌아오자 괜찮을 거야 하는 마음이었다. 서랍 안에 여권의 존재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비행 전에는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한다. 기내식은 먹은 것 같지도 않다고. 나보다 이 주 전 윙을 단 친구를 만났는데 왜 이렇게 예뻐졌나 싶었는데 살이 빠졌단다.


쵀애 m&s 그레놀라와 레이첼's 바닐라 요거트 Breakfast










아침 5 아직 캄캄한 , 픽업 버스를 타는데 트레이닝 때와는 다르게 아이디 카드를  하고 트롤리도 버스 뒤에 실어야 했다. 공항으로 가는 , 이른 아침인데도 기도 카펫을 들고 모스크로 기도를 가는 사람들, 붐비는 작은 카페 앞의 노동자들.. 그리고 공항에 가까워지니 핑크빛의 아름다운 기둥들이 보였다. 야자나무 사이로 밤하늘의  하나가 아름답게 빛났다.




마음속으로, 오늘 비행 재미있겠다. 즐기고 오자. 브리핑에서 내 소개를 할 때 어떻게 말할지도 준비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는데 두둥.. 화면 중간에 아래 서류들이 있나요? 하는 목록 중에 “passport” 바로 여권이 있는 것이다.. 이때 깨달았다. 나는 비행을 가고 해외를 가고 당연히 여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나는 여권이 없다는 것을. 여권아 왜 집에 있니..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니. 순간 너무 충격적이었다. 일단 브리핑룸 넘버를 체크하고  룸으로 찾아가 퍼바이저에게 말하고 어서 숙소로 돌아가 여권을 가쟈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리포팅 타임은 6:10 am, 비행 출발 예정 시간 8am이었다.  순간 시간은 6am이었다. 처음 와보는 브리핑 룸의 골목들미로 같았다. 나의 브리핑 룸은 36이었다. 룸을 찾아 들어가니 몇몇 크루들이 도착해 있었다. 들어가서 이게 라호르, 파키스탄 가는 턴어라운드 가는 비행이 맞는지 혹시 CS CSD 있는지 물었다.   아직 오지 않은 상태라고 했고  상황을 말하니 브리핑 오피스를 가보라고 했다.



이 미로 같은 거대한 곳에 브리핑 오피스는 또 어디에 있는가. 다시 물어보고 뒤쪽에 있다길래 바로 뒤의 오피스를 들어갔다. 캡틴들을 위한 브리핑 오피스로 잘못 들어왔다. 왠지 캡틴들만 있었다. 그곳의 스태프가 크루들을 위한 브리핑 오피스는 옆에 있다고 해서 다시 찾아 나가니 CS, CSD 회색빛 분들의 긴 줄이 있었다.



정말 눈물이   같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표정을 읽었는지  가장 뒤에  있던 퍼바이저  분이 나에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글썽이며 나는 말했다.. "오늘  비행인데.. 여권을 두고 왔어요.."


라고 말하니  저 맨 앞으로 가서 직원에게 말을 하라고 했다. 아니면 헬프 데스크를 가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바로 직원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첫 비행인데 여권을 두고 왔어요.."




"턴어라운드인데 여권 없이 가능할까요? 지금 숙소를 가서 가져와도 될까요?"


트레이닝 기간 동안 여권을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생각지도 못했다. 직원은 나의 사번을 묻고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she didn’t bring the passport 하며 얘기를 했다. okay 하며 이미 일이 끝났다. 비행을  가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다큐먼트가 충분하게 있지 않아  가게 된다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라고 했다..



"다음 비행을 위해 메이크업과 유니폼을 유지한 채 숙소에서 기다려야 하나요..? 다음 비행은 언제가 될까요?"



다시 물었지만 오늘 비행을 일단 서류 부족으로 취소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비행은 새로운 곳으로 내일 배정받을 것이란다.




순간 멘붕이 왔었지만 또 어쩔 수 없고 이 상황은 이미 일어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과일과 칙피스 샐러드를 샀다. 그리고 그루밍 오피스와 브리핑 룸도 다시 들러 필요한 서류들과 물건들을 챙겨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를 찾았다.




다들 비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것일 텐데 난 이렇게 돌아가다니.. 아까는 눈물이 날 뻔했는데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헛웃음이 났다. 파키스탄 비행이 내 운명이 아니었나 보구나. 그리고 다른 서류들과 짐을 잘 싸 놓으면 뭐하나. 가장 중요하고 기본인 여권을 안 가져와놓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일출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크게 깨달았다. 비행 공부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확실하게 꼭 체크해야겠다. 내일은 스탠바이인데 첫 비행이 어디로 될 것인가. 그대로 쉬다가 다음 비행 예정지인 그리스, 아테네가 첫 비행이 될 수도. 새로운 곳이 될 수도. 어디든 여권을 꼭 챙기자.








숙소에 돌아와 서랍을 여니 여권이 있었다. 한국에서 해외를 갈 때는 꼭 챙겼는데 여기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권 없이도 당연히 갈 수 있다는 무의식이 잠재하고 있었나.



숙소에 돌아와 유니폼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다시 매뉴얼의 준비 서류 부분을 정독했다.. 크루 멤버 증명서, 여권, 회사 아이디, 백신 접종 증명서 등.. 딱 여권만 빼먹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비행에 여권을 두고 가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잘 쉬고 도하를 즐겨야지! 하며 몰 오브 카타르로 발걸음을 옮긴다.

Mall of Qatar 얄라!



집 앞 모스크, 알 만수라 동네



내일은 내일의 비행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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