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엄마새를 만났다. ( Ft. Airbus 320 )
이 전까지 정말 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다.
첫 오슬로 비행이 갑자기 리무브 돼서 파키스탄 턴으로 바뀌었고, 그런데 파크스탄 비행에 충분한 법적 서류를 소지하지 못해(여권을 깜박해..) 비행을 못 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오고 스탠바이에도 불리지 않아 기다리다 다음 비행인 그리스가 드디어 첫 옵저버 비행이 되었다. 트레이닝이 끝난 애비니쇼는 두 번의 옵저버 비행이 있다. 오슬로에서 파키스탄에서 그리스로 세 번이 바뀐 첫 비행. 시작 전부터 다사다난하구나.
이번엔 정말 철저히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기종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같이 비행할 크루들과 데스티네이션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아테네는 에어버스 320의 작은 비행기로 갈 때 4시간 50분 올 때 4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이고 레이오버 없이 바로 돌아오는 턴어라운드 비행이었다.
D0H - ATH - DOH
아침 5시 픽업, 6시 리포팅 타임 그리고 7시 35분 출발 예정이다. 잠이 오지 않지만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일찍 잠을 청하였으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메이크업, 헤어, 유니폼을 입고 아침을 먹었다. 이번에도 든든히 아침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픽업 버스를 타러 나가는 길 아직 컴컴한 밤이었다. 왠지 모르지만 서늘한 밤에 버스를 타러 나가는 기분이 좋다. 캄캄한 밤 속에 버스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면 작은 tea 상점들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커피인지 카락티인지 아침밥인지 붐비게 먹고 마시고 출근을 준비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구나 싶고 나중에 저 카페를 가봐야지 싶다. 개인적으로 인도 차와 간식들이 좋다. 카락티와 포테이토 사모사는 나의 최애 인도 간식이다.
공항에 다다라가면 보라색 기둥들이 맞아주고 도착을 해 스와이프 인을 하고 브리핑 룸으로 간다. 에어버스는 작아서 아빠새가 없다. 모로코에서 온 호우다라는 어미새 한 명과 비즈니스 크루 3명 그리고 이코노미 크루 나를 포함한 4명이었다.
긴장되고 두근거리는 상태로 브리핑룸에서 하는 첫 브리핑. 비행을 할 때 소지하는 법적 서류들 검사를 하고 스탠바이에서 불려 나온 사람은 없는지 확인을 한다. 그리고 비행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고 중간에 그루밍 오피서가 들어와서 그루밍 체크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퍼스트 에이드에 관한 브리핑 질문들을 한 명씩 한다. 만약 이 질문을 대답을 못 하면 다른 질문을 한 번 더 받고 그 두 번째 기회에도 대답을 못 하면 오프로드가 된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실제 통계를 보면 매달 꾸준히 꽤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계속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안전 사항들이다.
나는 R4A 포지션을 배정받았다. A, 바로 Assist 어시스트 포지션이다. 점프싯은 왼쪽에 R4와 같이 앉고 오른쪽에는 돌아가는 점프싯에 R4C가 앉는다. 이 둘 다 인도인이었는데 나를 사이에 두고 어찌나 크게 힌두로 얘기를 하던지.. 오슬로 비행을 같이 할 예정이었던 한국인 동생과는 비행 때 다른 크루들을 배려해 영어로 이야기하기로 했었는데 얘네는 점프싯에 일어난 후로도 갤리에서 계속 힌디어로 얘기했다.
결심했다. 다음 비행에 이런 상황이 있을 경우 지켜보다 너무 불편하면 정중히 영어로 말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해야겠다. 하지만 다음 비행에서도 인도 크루들을 만났는데 서로 영어를 말해 괜찮았다. 첫 비행에 저 인도인 두 크루만 힌디어를 하는 타입이었나 보다. 하필 첫 비행에 나를 사이에 두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니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더 혼란스럽게.
이렇게 두 명의 인도 여자 크루, 남자 크루, 가나에서 온 크루 한 명 우리 넷이 뒤쪽 갤리에서 주로 있었다.
갈 때는 Hot breakfast, 올 때는 Lunch/Dinner를 서빙했다.
Hot breakfast의 옵션은 scrambled egg with chicken sausage, vanilla sour cherry pudding, mushroom florentine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체리 푸딩은 도대체 뭐고 플로랑틴도 무슨 음식인가 싶었다. 그리고 스페셜 밀을 미리 신청한 승객들도 있었다. 플루트 플레터로 과일만 있는 스페셜 밀을 신청한 여자 승객에게 모르고 일반 밀을 제안해서 체리 푸딩을 선택하길래 주었는데 알고 보니 스페셜 밀을 주었어야 했다.. 같이 서빙을 하던 인도 여자 크루도 비행을 한 지 이 주 밖에 안되어 나도 물어보지 못했고 얘도 미리 알려주는 걸 깜박했다.
아테네로 가는 비행에 배웠으니 오는 비행에는 꼭 스페셜 밀 주문한 승객 자리와 이름과 스페셜 밀을 알아 놓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 일이 없길 바랐고 디너 서비스로 Perch filet with poached prawn with roasted potato, roasted chicken with tomato sauce and orzo pasta and vegetable moussaka and tamato sauce 이렇게 세 가지였다. 무사카란 또 무슨 음식이란 말인가. 베지터리안 옵션이라고 설명해 선택한 어떤 승객이 그리스 전통 음식이라며 맛있다고 나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오히려 승객에게 배운다.
서빙을 하고 클리어런스를 하고 스무스하게 도하로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캐빈을 돌고 갤리로 돌아오는 길 어떤 남자 승객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머리가 아프다며 약을 달라고 하였다. 괜찮냐고 하고 알겠다고 하고 일단 갤리로 들어와 인터폰으로 엄마새에게 약을 줘도 되는지 물어봤더니 줘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승객에게 다가가 증상과, 알레르기나 지금까지 먹은 약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원래 좌석인지 옮겼는지. 그리고 돌아와 퍼스트 에이드 키트의 비상약을 열어 물과 함께 주고 왔다.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착륙 전 승객에게 상태가 어떤지 약이 더 필요한지 묻고 다시 비상 키트를 씰로 잠갔다. 첫 비행에 이런 것까지 경험할 줄이야. 퍼스트 에이드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작은 것이지만 실제로 해보니 신기했다. 머리가 아픈 건 정말 흔한 일일 것 같고 앞으로 또 어떤 응급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의학 키트들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숙지를 잘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비행 중간에는 어미새가 나에게 오더니 옵저버인데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클래스로 불러 나를 자신의 점프싯에 쉬라고 앉혔다. 그러고는 뭐 마시고 싶냐며 비즈니스 클래스에만 있는 딸기 바나나 스무디와 프레쉬 스퀴즈드 오렌지 주스를 주셨다. 크로와상도 제안을 했는데 거절을 했는데도 이코노미 크루아상이랑은 다르다며 주었다. 버터도 누텔라도 없이 그냥 먹었는데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그래서 그런지 이후로 간 비행의 레이오버 호텔 조식에서는 크루아상 하나씩을 꼭 먹는다.
따뜻하게 구워진 너츠들도 주고 피스타치오 바클라바와 사파론 무스에 라즈베리가 올려진 고급 디저트로 먹으라고 주셨다. 그리고 비행기 전체 투어를 시켜주며 도어부터 시작해 안전 장비들 위치와 프리 플라잇 체크 등을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고 나의 투정들도 다 받아주며 앞으로 비행하면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언니로서 sister로서 얘기해 준다며 많은 조언들을 해 주었다.
옵저버 비행에서는 나의 그루밍과 태도와 비행에 관해 어미새에게 서류 작성을 부탁해야 하는데 호우다는 아주 빼곡히 써서 줬는데 읽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비행 준비를 많이 해 왔고 브리핑 때부터 많은 질문을 하고 진취적이고 먼저 나서서 돕고 예의 바르고 승객들과 다른 크루들을 존중한다고 자주 웃는다며.. 읽으며 아 내가 첫 비행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었나 보구나. 운 좋게도 너무 좋은 엄마새를 만났구나 싶었다.
엄마새가 첫 비행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라며 너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다. 비행이 끝나고 스와이프 아웃을 하고 각자 갈 길을 가지만 이 엄마새는 나에게 와 마지막으로 다시 sister 언니로서 말을 해준다며 앞으로의 비행을 위해 따뜻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새에게 말했다.
"수크란 하베비티 다시 비행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인샬라!"
하며 그녀는 카페로 나는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집에 저녁 7시쯤 돌아와서 다음 날이 오프라 4am 통금이기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방에 시끄럽게 틀어놓은 공기 청정기도 끄지 않은 채 나도 모르게 뻗어버렸다... 다음날 일어나니 친구는 나를 밤 12시가 넘게까지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났지만 친구는 오후까지 자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였다.
비행을 갔다 와서 상태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비행 직후에 약속은 잡지 말아야겠다. 비행 직후엔 주로 좀비와도 같은 상태이기에 샤워를 하고 바로 뻗는다. 숙소를 돌아와 긴장이 풀어져 쓰러진 것 같다.
충분한 휴식과 긴장을 이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음날 오프 때는 카타르의 스포츠데이로 아침부터 플라잉 요가를 하고 오후에는 에듀케이셔널 시티에 가서 아로마 오일을 사고 비슈누의 야외 선셋 요가를 수련하였다. 요가를 굳이 수련하지 않아도 비행이 이미 삶 속 수련이지만 말이다.
Fly in prac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