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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Jul 28. 2022

비행이 힘겨워질 때 (feat. 첫 병가)

글로 휴식하자



내가 애정 하는 브런치에 두 달이나 글을 발행하지 못했을 수가. 그렇게 비행하며 빠르게 시간은 흘러갔고 그 짧은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래 이야기는 바로 그저께 있었던 일이고 나는 지금 Sick leave(병가) 중이다. 고작 이틀이었지만 마지막 날이다.  






Health first work later


어지러운 머리와 메슥거리는 속에 겨우 랜딩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다. 도저히 크루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웰페어 오피스를 찾아가 울며 방금 랜딩하고 토를 하고 상태가 좋지 않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웰페어에 있던 어시스턴트 쉬안이 우바를 불러 숙소를 함께 왔다. 집에 오자마자 또 토를 했다. 땀과 비행기 속 온갖 먼지에 텁텁해진 유니폼을 벗고 일단 샤워를 해야 했다. 샤워 후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로 쉬안과 함께 새벽 2시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누워 링거를 맞았다. 피로에 저혈압으로 인한 구토, 어지러움으로 진단되었다.



이 전 비행이 어세스먼트 비행이라 그 압박감과 부담감이 스트레스였던 것인 걸까. 애비니쇼 리브를 갔다 온 후 갑자기 많아진 비행시간으로 쌓인 피로인지. 이 비행에서 오는 길에 마셨던 커피가 문제였던 걸까. 땀을 흘렸다 추웠다 기온차에 수많은 승객들의 끊이지 않는 요청들 때문이었을까. 난 어지러움과 메슥거림을 느꼈고 랜딩까지는 참았다가 터진 것이다.




 





비행을 한 지 4개월이 지나간다. 이미 새로운 조이너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고 나는 매 비행마다 거의 이코노미 시니어다. 새로운 크루들과 일을 할 때는 그들에게 알려주고 내가 일을 두 배로 해야 해서 더 힘든 것 같다. 그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앞으로 계속 이런 상황이 올 텐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4개월밖에 안 된 나도 아직 주니어인데 리더십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Overthinking


생각이 너무 많다. 어세스먼트 비행의 점수는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비행 전 철저히 공부를 했고 비행도 평소보다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평가받으며 해야 했다. 나의 잘하는 모습을 알아봐 주지 않는 슈퍼바이저에 첫 비행 첫 달 비행인 새로운 크루들이 만드는 문제의 책임까지 내가 지어야 하는 상황에 어세스먼트 비행이 끝나고 울고 싶었다. 어세스를 끝낸 후에는 다음 비행 세 개가 연속으로 있었다. 하지도 않은 비행 스케줄을 소화할 생각에 정신적으로 압도되었다. 정신을 다잡지 못한 상태에서 비행을 갔고 이렇게 탈이 났다.




링거를 맞으며 잠깐 잠이 들었다 일어났는데 쉬안은 계속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제야 이름을 물어봤다. 국적은 남아공이라고 했다. 전직 크루인데 비행을 하다 몸을 다쳐 다시 되돌릴 수 없어 이제 다신 비행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비행을 다녀와 상태가 안 좋았는데도 병가를 내지 않고 다음 비행을 갔고 그렇게 악화돼 지금처럼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빡빡한 비행 스케줄에 피로가 쌓이고 아플 수 있는 건 정상이라고 병가에 대해 너무 걱정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8월에 나온 비행 스케줄도 부담이지만 이렇게 앞의 비행들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 미래 스케줄에 대한 부담보다는 지금 당장의 다음 비행 하나에만 집중을 하며  비행  비행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태가  좋으면 병가를  가면서 비행을 하는 것이  건강하다고 했다.어세스먼트 비행도 당연히 완벽할  기에 배우고 발전할  있는 기회로 생각을 하면 된다.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 즐길  있는  순간을 놓치곤 한다.









내 몸에 들어가고 있는 수액의 효과인지 쉬안의 케어와 따뜻한 말들 덕분인지 무겁던 머리도 가벼워졌고 메슥거림도 사라졌다. 나는 아직도 비행하는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 이런 아픈 시기도 그중에 있는 것일 거고 나만의 루틴과 이런 스케줄에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의 힘이 필요하다. 어쨌든 비행, 일 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다.




비행하며 순간들이 날아가고 있다.


비행하며 나의 몸과 마음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


글이 이 모두의 해결책은 될 수 없더라도 글을 쓰며 휴식한다.




내일은 호주, 멜버른으로 첫 울트라 롱 하울 비행을 떠난다. 내일은 내일의 멜버른 비행에만 집중한다.








Don't let yesterday and tomorrow take up too much of today.



Let's focus on the flight of the 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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