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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Oct 20. 2022

갑자기 생긴 네팔 비행, 불교의 원초

세 번의 카트만두 KTM(Kathmandu)




스탠바이에서 불려 나간 비행의 레이오버는 예상치 못한 선물이다.



첫 달 비행 스케줄 중 두 번의 몰디브 비행이 있었다. 두 번째 있던 몰디브 비행이 갑자기 리무브 되고 스탠바이* 이틀로 바뀌었다. 그리고 스탠바이에서 네팔 비행을 받게 되었다.



*스탠바이 Stand-by : 업무 시간이고 이 시간 중에는 갑자기 세계 어디로 비행에 불려 나갈지 모른다. 불렸을 때 pull out 또는 call out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카트만두, 네팔에 대해서 정보를 알아보았다. 절들이 많았고 아유르베다로도 유명했다. 머무는 리조트가 카트만두에서 가장 크고 좋은 곳이라(버락 오바마도 머물렀다는) 그곳에 하루 종일 머물러도 됐지만 도착하자마자 나의 루틴인 샤워를 하고 침대로 낮잠을 직행했다. 현지에서 만날 약속이 없는  몸의 상태에 따라 눈이 떠질 때까지 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밤일 수도 아직 낮일 수도 있다. 아침 10시에 도착해 씻고 잠깐 자고 일어나니 오후 4시였다. 창문 열어보니  멀리 산과 절이 보이고 동네가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와보겠어라는 생각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셉션에 전화를 해 절을 가고 싶다고 말하고 기사님을 연결받았다. 쏨이라는 네팔 아저씨였다. 부다나트 스투파(Boudha Stupa)가 유명한 곳이지만 호텔에서 멀리 있지 않은 스와얌부나트 사원(Swayambhunath Temple)과 두르바 스퀘어(Durbar square)를 가기로 정했다. 조수석에 앉아 아저씨의 차에 놓인 불상을 보며 사원으로 향했다. 거리에 사람들과 강아지들 수많은 오토바이, 상점들 그리고 배경은 푸르르고 산으로 둘러싸였다. 열악한 야외 환경을 이동하며 이렇게 편안하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내가 특혜를 누리는 것만 같았다.


On the way to Swayambhunath Temple







원숭이 사원으로 알려진 스와얌부나트 사원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네팔리 현지인이라 무료입장을 하고 나는 호텔에서 환전해 온 네팔 루피로 입장료를 내고 함께 사원을 올랐다. 아저씨에게 파파야를 먹고 싶고 싱잉볼(singing bowl)을 사고 싶다고 했다. 요가, 명상 수련을 하며 예전부터 싱잉볼에 관심이 있었다.


Singing Bowl




마침 작은 불상 모형들과 싱잉볼을 파는 곳이 사원 안에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 싱잉볼을 보는데 파는 분이 안으로 들어오라며 거대한 싱잉볼을 내 머리부터 몸 앞뒤로 진동을 느끼게 했다. 싱잉볼을 내 머리에 씌워 울릴 때는 순간 내가 우주에 있나 싶기도 했다. 주변 모든 것이 사라지고 그저 나는 존재하는 에너지였다. 제대로 된 싱잉볼 테라피를 경험했다. 다른 곳도 보고 비교해서 사기 위해 돌았지만 다 기계로 만든 싱잉볼을 팔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ॐ मणि पद्मे हूँ(om mani padme hum)*이라고 적힌 full moon 보름달인 날에 직접 손으로 만든 싱잉볼 하나를 구입했다.



*옴 마니 팻메 홈(om mani padme hum): 직역하면 연꽃 안에 있는 보석이라는 뜻으로 몸과 마음을 순수하게 변화시키는 불교 만트라이다.





Monkey temple



맘에 드는 싱잉볼도 사고 원숭이들도 보고 사원 꼭대기로 올라가 둘러싸인 히말라야를 보며 파파야 한 접시를 먹었다. 석양이 물드니 사원에 편안한 기운이 돌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아저씨와 하산하며 두르바 스퀘어로 향했다. 거리에 파니 푸리(panipuri)*를 팔아 아저씨가 사주어 서서 두 개를 집어먹었다. 옆에 사람은 한 7개를 먹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먹은 파니 푸리 중 제일 맛있었다.(인도에서 먹은 것 보다도).


*파니 푸리(panipuri): 인도 전통 거리 스낵



Sunset and Panipuri




네팔 음식인 모모가 있는데 만두이다. 아저씨는 안 먹어도 괜찮다고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같이 저녁을 먹자고 졸랐다. 아저씨는 환타, 나는 네팔 맥주 한 잔을 하며 모모 콤보 세트를 나누어 먹으며 얘기를 했다. 아내와 아들, 딸이 있고 한국인과 결혼한 사촌도 있다며 페이스북을 열어 사진을 보여주셨다. 그러다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아저씨와 저녁을 다 먹고 호텔로 돌아가려 했는데 아내분이 집으로 초대를 해 주었다.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카레 비슷한 요리와 토마토, 감자 요리를 밥에 올려 주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저녁을 먹었는데도 조금 더 먹었다. 아들은 디제이를 하고 딸은 히말라야 항공 승무원을 준비하며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카타르항공 펜을 선물로 주고 자신 있게 면접을 잘 보라고 응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저씨가 다시 호텔로 데려다 주어 다음에 또 만나길 기약하며 헤어졌다.




히말라야산맥을 보며 원숭이 사원 정상에서 먹었던 파파야










호텔에 돌아왔는데 디저트가 당겨서 호텔 뷔페에서 케이크 몇 조각을 먹고 있었다. 야외 쪽에서 신나는 노래가 들려와 소리를 따라 구경하러 나가 보았더니 인도 대사관 행사였다. 대사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술 마시며 춤추고 있었다. 나에게도 오라며 함께 마시고 즐겼다. 들어와서는 어마어마한 코스의 인도 요리까지 대접받고 인도대사관의 대사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나중에 열어보니 캐시미어 스카프였다. 여자아이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아 친해져 나를 인도에 초대해도 괜찮냐고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놓았다. 너무 재미있었지만 내일의 비행이 있기에 방으로 올라와 잠을 잤다.



이게 2월 첫 카트만두의 비행이었다. 비행 한 달 차에 힘든 비행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카트만두 비행에서 네팔 가족과 인도 대사관 가족을 만나며 충만한 레이오버를 경험했다.





Gift from the ambassador from embassy of India







두 번째 카트만두 비행


그 후 비행을 하던 중 9월의 어느 날,



다카 비행이 갑자기 스탠바이로 바뀌더니 카트만두 비행에 콜아웃되었다. 이렇게 바뀐 로스터를 처음에 보고 충격을 받고 씩을 내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레이오버는 좋았지만 비행이 너무 힘들었던 것을 경험해서이다. 첫 달에 스바에서 불려 간 네팔은 카오스 그 자체였다. 화장실 물 내리는 것을 모르는지 홍수가 되어 있었고 영어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마시고 싶은지 소통도 안되어 그냥 내가 선택하거나 예상해 줄 때도 있었다.



두 번째 네팔 비행. 위스키 윗 아이스, 어찌나 많이 마시는지 위스키가 바닥이 났다. 라운드 오브 드링크를 물과 주스가 아닌 위스키로 해야 하지 않나 코웃음을 쳤다. 이 전 카트만두 비행에는 내가 아직 비행도 익숙하지 않아 더 힘들게 느껴졌었는지 이 번 두 번째 카트만두 비행도 역시나 홍수에 소통불가였지만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저번에는 리조트와 다르게 이번엔 임시로 호텔이 바뀌었다. 머물던 리조트에 중국 프라임 미니스터가 방문 중이라 통째로 빌렸다고 한다. 저번에는 24시간 레이오버였는데 이번에는 15시간이라 적혀있지만 사실상 13시간도 안된다. 그중에 씻고 자고 하면 사실 뭘 하기 짧은 시간이다.



새로운 임시 호텔도 좋다. 현지 새벽 3시 도착을 해 샤워를 하고 도하에서 싸온 과일과 가져온 컵라면 하나를 먹고 쉬었다. 밖에 저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경이롭다. 오고 싶던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을 두 번이나 비행 오다니. 일어나 런치 뷔페를 먹고 방금 랜딩 해 맥주를 마시는 크루를 부러워하며 난 소버(sober)하게 카타르로 돌아올 비행 준비를 하러 들어왔다.



임시 호텔



카트만두, 네팔 또 올 줄이야. 저번에 네팔 루피 남은 돈을 비행 올 친구를 주려고 했는데 이번에 호텔방에 기사님에게 팁으로 다 남기고 왔다.



카트만두에서 돌아오는 길은 보잉 787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기 엄마, 아빠, 할머니 셋 다 떨어진 좌석을 받아 다행히 뒤에 빈 세 자리로 다 같이 앉을 수 있게 옮겨주었다. 테이크 오프를 하는데 산을 지나서 그런지 터뷰런스가 심해 엄마새*에게 인터폰으로 언유주얼한 움직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산을 자나고 있다고 나보고 괜찮냐고 난 괜찮지만 전체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을까 좀 무서웠다. 그리고 서비스를 쓱 끝내고 좋은 엄마새 덕분에 힘들다고 소문난 카트만두 비행을 하고 무사 도하 랜딩을 했다.



*엄마새: 이코노미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를 부르는 한국인들이 쓰는 닉네임








세 번째 카트만두 비행


이번 10월 스케줄에 카트만두가 또 나왔다.


이번 비행에는 등산이나 여행을 하러 가는 외국인 승객들이 많았다. 내 점프싯 앞에 앉은 린지라는 캐나다인 여성은 등산을 간다며 이미 등산화와 등산복으로 무장해 있었다. 일출을 보고 눈 덮인 산맥을 보며 아침에 랜딩을 했다.



이번에도 16시간 (사실상 13시간)의 짧은 레이오버라 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나의 네팔 가족 쏨 아저씨에게는 연락만 드리고 이 전에 한국 휴가에서 가져온 한국 라면, 마스크팩, 간식 등을 리셉션을 통해 전해만 드렸다. 세 번째 카트만두 비행은 내가 비행에 익숙해져서인지 밤 비행이어서인지 풀북인데도 불구하고 평화로웠다. 창밖으로는 눈 덮인 에베레스트 산맥이 보이고 해가 지니 밝게 비친 절과 반달이 보였다.




어제 아침 도하에 랜딩을 하고 카타르 국립 도서관(Qatar National Library)을 와 첫 번째 두 번째 네팔 비행을 하며 남긴 기록들을 모아 지난 세 번의 네팔 비행을 떠올리고 있다. 승객들의 이마에 붙인 빨간 쌀과 그 순수한 눈빛들이 아련하다. 




아무리 힘든 비행이어도 레이오버에는 평화가 있고 결국 도하에 무사히 도착한다. 세 번의 카트만두 비행 사이사이에는 휴가를 다녀왔었다. 첫 번째는 애비니쇼리브(abnisho leave) 두 번째는 발란스드 리브(balanced leave). 휴가를 다녀올수록 비행에 더 익숙해지고 힘든 비행도 그 힘듦 속에서도 평화가 점점 커지고 있다.



크루들이 선호하는 목적지는 아니지만 이제 카트만두 비행이 또 나와도 좋은 산의 기운을 받으러 다녀오자. 네팔리안이든 여행객이든 한 사람 한 사람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맞이하자. 그 사이에 평화를 느끼자.


View from hotel room




샨티 샨티 샨티



*샨티(Shanti):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라는 뜻. 몸, 마음, 영혼에 평화가 잇길 세 번 외친다. 과거, 현재, 미래가 평화롭길 고통이나 질병이 안정되고 몸이 정화되길 기도한다.








Om shanti shanti shanti




Hope you have a peaceful day.

당신의 하루가 평화롭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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