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zzy Lee 리지 리 Aug 23. 2022

비행하며 삶을 연습한다

하늘 매트 위 비행기 요가원  Practice in sky





한 비행에서 사무장은 크루들에게 이 회사에서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열심히 워크 하드 하라고를 외쳤다.


다음 비행을 가니 다른 사무장은 워크 하드 하기보다는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한다.



매 비행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리더십 아래 정말 다양한 가치관의 크루들과 비행을 한다. 누구 말이 맞는 지도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어지럽다. 결국 어떻게 비행하냐는 나의 생각에 달렸다.








랜딩을 하고 모든 승객이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 한 아랍 승객이 문이 열린 거 맞냐며 왜 이동이 없냐고 나에게 화를 냈다. 앞에 문이 열렸고 조금만 기다리면 이동이 될 거라고 했다.



아랍권 비행을 하면 아랍 승객들은 거칠고 사소한 것들에 쉽게 화를 낸다. 폭탄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정말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최대한 부드럽게 대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는 크루 혹은 승객의 사소한 질문에, 제스처에, 말에 상처받기도 되레 화가 나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이 겪어 갈수록, 반대의 입장도 겪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나에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그 나라의 문화로, 예의 바르게 말하지 못하는 미숙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첫 비행인 크루가 한 실수가 이코노미 담당이었던 나이게 화살이 되었다. 나에게 들어온 사무장의 화가 다시 다른 크루들에게 이어져 버리고 말았다. 난 화가 나서 그 크루에게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고 말해버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고 아무리 내가 억울하고 화가 나도 바르게 말과 행동을 해야 했다.




그 후로 수련을 했다. 화는 나에게 들어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내 안에서 인지하고 차츰 사라지도록 했다. 내가 화를 받아 다른 동료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려 아직도 수련 중이다. 정말 바쁜 상황에서 온통 새로운 동료들과 일을 할 때에도 가르치는 기쁨, 무슨 일이던 결국에는 해 내고 무사 착륙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무턱대고 같은 화로 대응하기보다는 나의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가끔은 깊고 길게 숨을 몇 번 쉬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니하오! 하고 외치는 승객에 예전에는 화를 참으며 아임 낫 차이니스!라고 했다면 요즘엔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아임 프롬 코리아. 안녕하세요 하며 한국 인사를 알려주고 웃으며 쿨하게 지나간다.




요가 매트 위에서만이 아닌 구름 위 비행기 안에서도 진정한 수련이 계속된다. 내 인격 근육을 단련하고 끊임없이 척추를 바로 세우 듯 인성을 바로 세운다. 나의 믿음이 유연해질 수 있도록 생각을 스트레칭하며 하늘 위 수련을 해 나간다. 그러면서 흔들리는 비행기 속 내 안의 고요함을 요즘 자주 맞이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들에 무뎌져 풍부한 감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꼭 이렇게 강해져야 하나 걱정도 된다. 그래도 롤러코스터 비행보다는 지혜를 쌓아 점점 순탄한 비행을 하고 싶다.





매트 위 수련보다 정말 중요한 수련을 하늘 위에서 하고 있다. 모든 상황에 대한 태도는 나에게 달려있고 항상 마음속 호수에 평화를 유지하자.



Have a peaceful day

Have a peaceful flight




이전 12화 비행이 힘겨워질 때 (feat. 첫 병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