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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Apr 05. 2023

이코노미 비행을 마무리하며

비즈니스 승무원 트레이닝을 앞두고



End of March


3월 말, 태국 푸껫을 마지막으로 이코노미 비행을 다녀왔다. 그 비행에서는 아무에게도 승진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에서 같이 일하고 있던 한 크루는 삼 년을 일하는 중이었고 다른 크루는 이 전 항공사에서 7년을 일한 경력직 크루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상관없이 자신보다 짧은 기간 비행을 한 크루가 먼저 승진을 했다면 순간 질투감에 휩싸여 회의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크루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굳이 필요 없는 자랑은 하지 않았다. 물론 가족들과 측근들에게는 바로 말했다.



"나 *에프원 트레이닝 잡혔어!" 하며



*카타르 항공 포지션

F2(에프 투) : 이코노미 승무원

F1(에프 원) : 비즈니스 승무원

CS : 부사무장

CSD : 사무장










One Year of Flying


비행 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다고요? Happy work anniversary라며 귀여운 이메일이 왔다. 눈 깜박하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매달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크루들과 비행을 하며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갔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난 마치 회오리바람 같았다. 땅에서 시작해 트레이닝과 비행 그리고 끊임없이 매 달 무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구름 위에 도착했다. 이제야 비행이 편해졌나 싶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이코노미 선임이 되었고 책임감과 일감은 비례하게 올라갔다.









New Crew


새로 입사한 크루들과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가 잘 리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나도 한때는 그들의 입장이었기에 최대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내 몸과 정신은 힘들어져갔다.



한 크루가 첫 갤리(비행기 주방 담당)이라며 덜덜 떨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혼자 막막해서 울었는지 눈이 빨개져 있었다. 난 괜찮다며 배울 기회라고 도와줄 테니 다치지만 말고 천천히 같이 하자고 했다. 비행이 끝나고 그 크루는 이 도움을 평생 잊지 않겠다며 큼지막하고 예쁜 눈으로 초롱초롱 말했다.



새로운 크루들을 도우랴 내 일도 하랴 힘들었지만 이코노미 승객들도 비즈니스 승객들 못지않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Precious Passengers


난 한국인 승객을 만나면 너무나도 반갑다. 미리 승객 국적들을 확인하고 한국인이 있으면 가서 안녕하세요~ 하고 오지랖 인사를 하고 지나가곤 했다. 프라하 비행에서 한국인 커플이 있어 반갑게 인사했다. 알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 늦은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축복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물을 가져다주고 내 담당 존도 아닌데 더 신경을 써 드렸다.



내 일을 끝내고 나서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가서 남는 케이크와 과일을 구해 꾸며 서프라이즈 축하를 해 드렸다. 편지지에는 기장, 부기장님과 온 크루에게 축하 메시지 한 문장씩 써 달라고 한 후에 전해드렸다. 부부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이렇게 축복해 주시는데 한국 돌아가서 꼭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승객이 나에게 쓴 편지를 전달해 준 것이다. 그 편지를 읽으며 어떻게 이걸 기억해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써 주었을까 눈물이 났다. 편지 내용 중에는 온 세상이 우리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며 태어날 작은 아이가 환영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이 소중한 추억을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또한 꼭 전하겠다고 했다.


 

비행하며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 일부를 함께 한다는 것을, 일상에 지쳐 그 사실을 잊은 그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승무원이 언젠가는 꼭 되고 싶다였지 아직 승진 소식을 알기 전이었다. 다음 달 스케줄이 언제 나오나 확인을 하다가 비즈니스 클래스 트레이닝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옆에 있던 크루를 때리며 다시 확인해도 믿기지가 않았었다. 안 그래도 이코노미 비행에 지쳐 번아웃이 오기 직전이었다. 가뭄의 오아시스 같은 소식으로 식물에 물을 줘 살아난 느낌이었다.



난 자주 비행을 하며 생각한다. 이 비행이 마지막 비행이라면, 지금 이 직업을 지금밖에 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을 관찰하게 되고 내 생각들은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다가도 사라진다. 그런 후 바라본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 상황이던 감사하게 된다.  



승진을 알게 되기 직전 비행은 맨체스터 비행으로 힘들었다. 레이오버도 짧아 호텔에서 자고만 온 비행이다. 그런데 그 비행 부사무장에게서 보낸 칭찬이 왔다는 이메일이 왔다. 애프트 갤리 포지션이지만 일을 끝내고 캐빈까지 나와 도움을 확장해 다른 크루들을 돕고 자신도 많이 도왔다는 것이었다.



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도왔을 뿐인데. 예상치도 못하게 *카푸(칭찬)를 또 받았다.


*카푸 : 승객들이나 상사에게 받는 공식 칭찬 레터를 말한다.




마음을 다해 하는 일은 말하지 않아도 그 에너지가 다 느껴지고 알아봐 준다. 그리고 그 좋은 에너지는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Clear Mind


내일 비즈니스 클래스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다시 깨끗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자 한다.  이코노미 초기에는 화가 많아졌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심, 피드백이 필요한 동료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해를 못 하고 싸우고 안 좋은 마음을 품기보다는 관찰하고 이해하고 그 크루에게 도움이 될 진심의 피드백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에 화내는 마음을 덜 가지려 한다. 그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만의 자라온 배경이 있을 것이다 하고. 가끔은 그냥 이렇게 재밌는 직업이 있나 싶으며 그냥 웃음이 날 때가 많다. 앞으로 더 웃으며 비행을 계속해 보고자 한다. 이제는 곧 비즈니스 크루로서!



트레이닝 또한 재밌게 즐기려 한다. 다시 엄청난 배움의 세계로, 트레이닝이 끝나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베이비 초 주니어(후배)로 다시 반대의 입장에서 시작을 한다.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적응해 나가야지.



분명 공부하며 비행하며 흔들리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땐 지금 이렇게 쓴 글을 보며 초심으로 돌아와야지.


마음에 터뷸런스가 생겼다가도 다시 내 안의 고요, 평화로 돌아오자.



Remember, always come back to yourself and good things come to you when you love what you do






Peace



Shanti  Shanti  Sha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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