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의 온도차뿐만 아니라 변화해야 하는 마음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도 아닌 건강이다.
지금 한국으로 겨울 휴가를 오기 직전 브리즈번의 비행에서 처음으로 아웃스테이션 씩(outstation sick), 레이오버 중에 아프게 된 것을 경험했다. 공항에서 메드링크와 통화 후 오프로드 되어 혼자 호텔로 돌아오고 병원을 갔는데 얼마나 서럽던지 그 순간은 이 승무원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호텔 창밖의 브리즈번 시청 앞은 아름다웠는데 난 왜 이렇게 슬프나 싶었다.
브리즈번에 하루 더 머물다 도하로 돌아오게 돼서 한국도 하루 뒤에 오게 되었다. 아팠기에 데드헤딩(deadheading), 승객으로 도하로 돌아왔는데도 피로함은 여전했다. 피로함에도 한국을 간다는 사실은 큰 힘이었고 즐거웠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모든 것을 잃어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제 아바타 영화를 보니 어느 곳에 있던 가족 같은 사람들과 내 안에 집에 존재하면 위치는 숲의 나라이던 바다의 나라이던 상관없다.
발리를 갈까 푸껫을 갈까 했다가 한국에서 겨울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굳이 힙한 곳을 가지 않아도 술을 마시지 않아도 친구들을 만나지 않아도 집콕을 하며 쉬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아 준비를 하고 챙겨서 서울에 힙한 카페를 가고 저녁 약속을 잡고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만들어야지 했다. 마치 한국에 비행을 와 긴 레이오버를 보내는 기분으로 하루 한시를 바쁘게 여러 가지를 하며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다. 요가 매트를 폈다. 아기 자세로 시작해 잠깐을 수련을 하고 나니 난 여기 집 안 매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평온했다. 집에 머물기로 했다. 눈 쌓인 산과 동네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았고 집에 어머니가 해 놓은 음식들을 먹고 쉬는 것이 힐링이다.
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평소에 바쁜 삶을 살며 습관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고 차분해지고 지금 이곳에서 평화를 찾는가는 쉽지 않다.
바쁜 스케줄에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되 쉴 때는 평온하게 푹 쉬어야 한다. 바로 집중과 현존이다. 몸은 현존해도 생각과 마음은 과거와 미래에 있기 쉽다. 지난 경험들의 후화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몰려올 때 다시 지금 이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잠시 밖을 나가던가 창문을 열어 이 차가운 공기의 지금 이 순간을 느낀다.
도하는 30도로 선선 따뜻한 날씨이다. 한국에 오니 -40도의 온도차인 -10도이다. 이렇게 추울 수가 입에서는 입김이 나고 손과 볼은 꽁꽁 언다. 패딩, 모자, 장갑 마스크는 코로나보다 추위 때문에 필수이다.
여름의 계절에 있다 갑자기 추워진 겨울로 이동해 낮아진 온도뿐만 아니라 차가울 때 따뜻하게 뜨거울 때는 시원하게 마음도 조절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곳으로 휴가를 가거나 좋은 장소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인가. 편안한 장소에 편안한 마음까지 있다면 최고의 평화이다.
눈이 내린다.
지금 여기 한국의 찬 공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