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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May 02. 2023

비즈니스 클래스 옵저버 비행 Boeing&Airbus

ft. take off and landing at flight deck



There is always an end


끝날 것 같지 않던 이 주간의 비즈니스 클래스 트레이닝도 끝이 났다. 두 번의 옵저베이션 비행도 다녀와 솔로 비행들을 앞두고 있다.



*옵저베이션 비행(Observation Flight) : 트레이닝이 끝나면 첫 두 번의 비행은 관찰하고 배우는 옵저버(Observer) 비행이라고 부른다. 한 번은 보잉(Boeing) 한 번은 에어버스(Airbus)로 다른 기종을 배정받는다. 일은 하지만 급여는 받지 않는다.


*솔로 비행(Solo Flight) : 두 번의 옵저베이션이 끝난 후로부터의 비행을 솔로 비행 시작이라고 부른다. 브리핑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This is my first solo flight. 이 비행은 저의 첫 솔로 비행입니다." 하고 알린다. 평균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 솔로 비행까지 솔로 비행이라고 말하고 그 후에는 한 달로 넘어간다.








Two weeks of togetherness


이 주간의 비즈니스 클래스 여정을 함께한 우리 *배치(batch)는 힘들고 압박이 많다는 트레이닝에서 운이 좋게도 칭찬을 받으며 공부해 왔고 최고의 배치였다고 마지막까지 칭찬을 받으며 졸업을 했다. 정말 배치 친구들 모두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해 오고 수업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실제 서비스를 연습할 기회가 있을 때는 서로 하려고 하는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 떨어질 때 초콜릿을, 졸릴 때 민트를 서로 챙겨주었다. 어느 하루는 쿠크다스 한 박스를 가져가 돌렸더니 다들 맛있다며 먹었다. 어떤 태국 친구는 16인분의 망고 스티키 라이스(mango sticky rice)를 집에서 준비해 모두를 위해 주기도 했다. 다들 기다려왔던 소중한 기회였기에 성장하고 싶은 같은 마음으로 힘들어도 서로를 응원하며 하루하루를 나아갔다. 배치 친구들이 노련하게 잘해서 실전 서비스 연습을 할 때와 시험을 볼 때 나는 땀을 삐질삐질 거리며 따라갔다.



*배치(batch) : 트레이닝 때 배정받는 반. 이번 비즈니스 트레이닝에서는 총 16명의 크루가 한 배치였고 두 명의 담당 인스트럭터(instructor)가 있었다.




Morning Bird


우리는 아침 배치였기에 아침형 인간으로 이 주간 지냈다. 새벽 5시에 기상해 6시 크루 버스를 타고 7시에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3시에 트레이닝이 끝나고 집에 와서 운동을 하고 씻고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 루틴이었다. 이렇게 계속 규칙적으로 생활을 하면 좋겠다 했다가도 또 비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오래 땅에서 휴가를 보낼 때처럼 금방 솟아올랐다.



트레이닝 중간에 하루밖에 없는, 쉰 것 같지도 않은 오프에 트레이닝이 끝나갈 즈음에는 뇌에 수용 가능한 이상의 방대한 자료들이 넘쳐흐르며 피로를 느꼈다. 한 시간이 아닌 20분 만의 요가 수련만으로도 큰 변화와 이완을 느꼈다. 공부냐 잠이냐 끊임없는 고민 속에 집중해서 한 시간만 공부하고 자야지 하며 타협을 본다. 결국 두 시간을 공부하고 잠을 잔다.



크게 practical on ground service(이륙 전 서비스)와 lunch/dinner service(이륙 후 점심/저녁 서비스) 두 번의 실기 시험을 봤고 비즈니스 클래스 도구, 와인, 비행시간(short haul, medium haul, long haul, ultra long haul)에 따른 서비스, 음식과 음료(food & beverage) 그리고 그루밍(grooming)까지 여러 번의 객관식 시험들을 봤다. 시험이 아니어도 매일 리캡(recap) 수업 시작 전, 수업 중간중간 질문들을 받아 바로바로 대답을 해야 했다. 더운 날씨에 비행기 워크 어라운드(walk around)를 하고 온 날이면 집에 와 뻗곤 했다.



졸업한 마지막 날에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 트레이너들을 위해 꽃다발을 준비했다. 다 우리가 잘 되리라고 비즈니스 승무원으로서 앞으로 날아갈 우리에게 나는 법을 알려 준 어미 새 같은 선생님들이었다. 앞으로 시행착오를 통해서 실전을 배워야 하는 건 우리 스스로지만 말이다. 다 우리처럼 크루였던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이도 있고 인스트럭터를 하고 있기에 그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은 우리의 마음에 와닿았고 아무리 쓴소리도 다 우리에게 자양분으로 다가왔다.



트레이닝 마지막 날, 아직 라마단이라 집을 가서 조금 쉬고 해가 진 저녁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 때 다 같이 모여 아라빅 전통 음식을 먹고 다 함께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새로운 시작을 같이 하는 배치 친구들이 있기에 더 좋았다.








First Observation Flight

(Boeing 777)


일 년 전, 두 달의 트레이닝 후 처음으로 간 이코노미 옵저베이션 때보다는 떨리지 않았다. 이미 비행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었기에 마음이 그때에 비해 편했다. 플로이라는 같이 트레이닝을 받은 태국 배치 친구도 같은 비행이었고 사무장은 태국인이었다. 가는 길에는 승객이 풀 로드(full load)었고 오는 길에는 라이트 로드(light load)였다. 우리에게 보며 어시스트를 하고 오는 길에는 직접 맡아해 보라고 했다.   



물 병, 헤드셋, 트레블 파우치를 프리셋 하고 승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인사를 하고 웰컴 드링크(welcome drink)를 물어보고 자리 기능을 알려주고 메뉴카드(menu card)도 전달하고 밀 프리퍼런스(meal preference)도 받아야 했다. 이럴 수가 들어오는 비즈니스 승객에게 처음에는 편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공부했던 다이얼로그도 잊어버리고 말하는 게 어색했다. 시니어 크루가 하는 것을 보며 어시스트를 했다.



돌아오는 비행은 라이트 로드(light load)라 나의 존에 네 명의 모든 승객을 맡았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처음으로 맡은 승객들이 오히려 나를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언제 아침식사를 하고 싶은지도 물어봤는데 내가 바쁘지 않을 때 언제든이라고 답했다. 첫 승객부터 이런 대답을 들으니 감동을 받았다. 주로 테이크 오프 후에 바로 밥을 먹는 걸 알아서인가 한 시간 후쯤 플렉시블 하게 다른 사람을 서빙하지 않을 때 아무 때나 괜찮다고 했다.  



*카타르 항공은 anytime dine in service로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할 수 있다. 카타르항공, 싱가포르 항공만 이런 al la carte 서비스를 한다고 들었다. 최근에 만난 에미레이트 비즈니스 크루 친구는 비즈니스에도 이코노미처럼 정해진 서빙 시간이 있다고 했다.




한 승객은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웰컴드링크로 진저에일 하나 마시고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고 다 괜찮다고 하며 젠틀하고 여유로웠다. 트렌짓으로 다음 비행이 또 있다고 거기서 먹으면 된다고 웃으셨다. 한 여자 승객은 요거트만 먹는다고 했는데 자고 있었고 DND(do not disturb)가 빨갛게 켜있어 깨우지 못했다. 랜딩 하기 직전에 깨워 요거트를 주었다. 다음에는 요청한 시간에 주무시고 계시면 깨워 드릴까요?를 꼭 물어봐야지. 깨워달라고 해도 만약 깊은 잠에 빠져있다면 깨우기는 힘들 것 같다. 게다가 큐스위트(Q-suite)라 문까지 열어야 해서 좀 그렇다.



한 명의 승객은 애피타이저와 메인을 먹었다. 애피타이저로 원하던 그릭 요거트가 없었는데도 흔쾌히 괜찮다며 새우와 관자 샐러드 두 번째 선택(second preference)을 했다. 미안함에 이코노미에서 요거트를 가져와 마티니 글라스에 플레이팅 해 추가로 주었다. 메인을 서빙하고 클리어런스를 하는 것을 깜박했는데 사무장님이 대신해 주셨다.  



네 명의 승객이었는데도 뭐가 그렇게 바빴을까 앉을 새도 없었고 여유로울 땐 모르는 부분을 탐방하고 선배 크루들과 사무장에게 배웠다. 비행이 끝나고 플로이는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나는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며 랜딩하고 징징거렸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는 더 적은 수의 승객에게 훨씬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더 많음 배움이 있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곳에 오게 된 것에 다시 감사하고 기뻤다.



아직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어리숙한 크루를 사랑스럽게 가이드해주고 피드백을 준 사무장님과 같이 비행한 모든 크루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래는 Observation form에 사무장님이 작성해 준 피드백이다.



Feedback from CSD on observation flight









Second Observation Flight

(Airbus 320)


가는데 승객 0명 오는데 1 명이었다. 물론 이코노미에는 승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박인 건 테이크오프와 랜딩을 *콕핏(cockpit)에서 했다. 그리스인 기장님 영국인 부기장님 사이에 앉아 함께 헤드셋으로 실시간 중계와 기장님 부기장님 사이 대화를 들으며 어마어마한 경험을 했다.



*콕핏(cockpit) : 기장과 부기장이 있는 비행기 앞 조종석을 뜻한다. 플라잇 덱(flight deck)이라고도 부른다.




그 후에는 기장님이 콕핏 화면과 버튼들을 쫘악 다 설명해 줬다. 정말 수백 개의 버튼이 있어 설명 없인 뭐가 뭔지 모르고 기본 고도(altitude), 온도, 비상 라이트 등 간단한 표시만 알았었다. 상상했던 여유로움과 다르게 오토 파일럿인데도 매 순간마다 우리가 다음 way point를 향해 가고 있는지 여러 가지를 수시로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리고 연료(fule)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빨리 가야 하는 특이 상황이 아니면 가장 연료 효율적인 루트와 속력으로 자동 세팅이 계산되어 나온다고 했다.



way point들 앞에 AB라고 붙어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름길(short cut)로 가는 것이다. 원래 있던 가까운 목적지들을 다음 최종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그리고 그 가까운 목적지들을 수직으로 그은 지점들이다.



밤비행이었는데 까만 밤하늘에 정말 은하수같이 수백만 개 아니 그 이상의 셀 수 없는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하늘에 360도로 있었다.



원래는 스페인 기장님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탠바이에서 그리스 기장님이 불려 나와 나는 운이 좋게도 기장님의 허락 아래 이착륙을 함께하며 인생 최고의 경험을 했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비행이 될 것 같다.



기장님은 나에게 사진 찍을 핸드폰을 안 가져왔냐고 했다. 난 클로셋에 두고 안 가져왔다니 사진 찍고 싶지 않냐 물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고 눈으로 사진 찍고 마음으로 담겠다고 말했더니 That's better 하며 또 담백하게 답했다. 첫 도하에서 테이크오프를 할 때 아는 곳인데도 저기는 west bay고 여기는 pearl이라며 설명을 해 주셨던 게 기억이 난다. 플라잇덱에 점프싯도 잘 못 여는데 열어주고 헤드셋 마이크 부분도 뒤로 돼 있었는데 맞는 방향으로 조정해 주고 이렇게 친절하고 멋진 기장님은 처음이었다.



타자 자판과 화면도 있는데 왜 ESNW 에만 네모가 쳐져 있어 왜 그렇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해주는 대신 너는 똑똑하니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며 맞춰보라고 했다. 흠 왜 그럴까 잠시 생각을 하다 아! 방향이군요 하고 소리를 쳤다. East South North West이군요. 정답이었다.








기장님은 많은 질문을 해 주어서 고맙다고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고 비행에 관심이 많은 크루는 없다고 했다. 난 비행에 방해가 될까 봐 더 많은 질문들이 있었지만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방향에서만 질문하려고 했다.



도하에 랜딩 하는 길 고도에 따라 조정하거나 안내하는 일들이 있었고 랜딩 직전 오토파일럿 해제를 하고 기장님이 직접 랜딩을 했다. 엄청난 집중력과 디테일로 주로 흔들리고 우르르 쾅쾅인 랜딩을 부드럽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일을 끝내고 체크아웃을 하며 뒤에 있던 이코노미 크루와 얘기하는데 이렇게 안 흔들리고 부드러운 착지는 처음이었다고 놀랍다고 했다.



기장님과 부기장님의 영감으로 원래도 관심 있던 파일럿 코스에 더 더 관심이 생겨 비즈니스 크루를 적응하고 나서 천천히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한다. CPL(commercial pilot license), PPL(private pilot license)을 먼저 따고 ATPL(airport transport pilot's license) 따는 코스를 알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괜찮은 비행 아카데미를 찾아 도전해 봐야겠다. 카타르 항공에서는 승무원에서 기장까지 될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커리어 디벨롭먼트다.




이제 세컨드 오피서(second officer)를 꿈꾸지만 일단 내일의 비행에 집중하자.



첫 솔로 비행으로 몰디브 비행을 간다. 일 년 전 첫 달 비행에 갔던 몰디비 비행. 그때 만나 친해졌던 비즈니스 크루 두 명이 있는데 난 언제 되나 싶었는데 눈 깜짝하니 내가 상상하던 곳에 와있다.



승무원이 된 것도 그렇고 모든 상상하는 것들 몇 년이 걸릴지라도 정말 신기하게도 눈앞에 결국엔 펼쳐진다.





It seems impossible until it’s done.






It dose not matter how slowly you go where you want to be as long as you do not stop.






Om Shanti Shanti Shan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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