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현실치료 상담의 관점에서 본 쉼과 자율성 회복

by 유다월

토요일 오전, 침대 위에 누워 세 마리 고양이의 숨결을 듣는다. 창밖은 아직 비몽사몽 한 햇빛이 걸쳐 있고, 다섯 번쯤 뒤척이는 동안 머리맡으로 한 마리는 발끝을, 다른 한 마리는 가슴팍을, 또 다른 한 마리는 창가에 걸터앉아 나를 지켜본다.

한 주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몸과 마음은 이 순간만큼은 멈춰 선다. 5일간의 근무 속에서 반복되는 일정, 업무, 관계… 그리고 미묘하게 스스로를 놓치고 있다는 감각. 이 달콤한 주말은 나를 더 늘어지게 만드는 보상적인 느낌도 든다.


평일 동안 나는 조직과 타인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지만, 오늘 아침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과 리듬에 의해 구성된 시간이다. 이는 자율성을 회복시키고, 관계성을 회복하며, 내 삶의 질적 세계(Quality World)를 보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전혀 핑계가 아니라, 현실치료 상담학의 관점에서 오늘 내가 택한 '침대 위에서의 정지된 시간'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내 심리적 자원을 회복시키고 다음 주의 행동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질적 세계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면,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이러한 질적 세계를 개인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싶은 삶과 인간관계, 경험의 집합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는 직업적 성취만큼이나 중요한, '작고 사적인 행복'이 포함된다.


현실치료 상담학 관점에서의 인간은 외부 환경의 산물이 아닌, 선택의 주체로 바라본다. 우리의 행동은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부 욕구'에 기초한 선택이며, 그 선택은 현재의 욕구 충족 정도와 미래의 목표 방향성을 동시에 반영한다.


주말을 맞은 나의 질적 세계 안에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하는 조용한 아침, 창밖의 빛, 그리고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순간은 단순한 기분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자기 조절(self-regulation)과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동시에 강화하는 경험이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스스로의 삶의 설계자라는 인식을 회복하게 한다.


실제로 내담자의 이러한 자기 조절과 효능감을 강화시키고 상담 절차를 수립하기 위해 현실치료에서는 WDEP 체계라는 실천적 질문 구조를 사용한다. 이때 계획과 목표는 절대로 엄청난 계획이나, 위대한 목표도, 거시적인 목표도 아니다. 총 4단계에 거쳐서 수립하는 구조에서의 계획과 목표들은 정말 실현가능하고 단순하고 즉시 할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을 말한다. 내담자가 실천 가능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Wants – 지금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Doing – 그 목표를 위해 현재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Evaluation – 그 행동이 원하는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Planning – 만약 아니라면, 앞으로 무엇을 바꾸겠습니까?


삶이 바쁘고 과제 중심적으로 흐를수록, 우리는 이런 사소하지만 주체적인 선택을 의도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것이 일상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고 외부의 요구가 클수록, 우리는 점점 더 스스로를 잃어가기도 한다.

나조차도 어느 순간 내 안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해야 할 일’에만 매몰되어 버린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고요한 주말 아침이 다시 깨우듯 말한다.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 길은 아직 머니까 물이라도 한잔 마실까 우린 이미 오래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니까
- 이적 '같이 걸을까' 중에서


외면하기 쉬운 내 감정과 욕구, 나를 지탱해 온 소소한 행복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한 질문 앞에 멈춰 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며, 우리가 다시 삶의 설계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묻길 바란다.
"나는 지금 나를 충분히 보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한 선택은 무엇인가?"

삶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 외면하지 말고, 같이 함께 마주하자.
작은 순간에서 시작되는 진짜 변화가 분명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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